연극 ‘템페스트’ 번안 ★★★★ 연출 ★★★☆ 연기 ★★★☆ 의상 ★★★
사진 제공 목화 레퍼터리컴퍼니
그러나 오태석 씨가 이끄는 목화 레퍼터리컴퍼니의 ‘템페스트’(사진)는 구체적 역사공간을 파고든다. 프로스페로는 5세기 가락국왕인 지지왕(송영광)으로 등장한다. 그를 몰아낸 나폴리왕 알론조는 동시대 신라 20대왕인 자비왕(정진각)이 되고 알론조의 동생인 안토니오는 자비왕의 뒤를 잇는 소지왕(조복래)이 된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에선 밀라노가 프로스페로가 쫓겨난 뒤 나폴리의 속국 신세가 된다. 이는 5세기 내내 신라의 영향력 아래 있던 가락국의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오태석 씨는 신통력을 지닌 법사들이 등장하는 ‘삼국유사’에서 한국적 템페스트의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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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권은 섬의 원주민으로 프로스페로의 노예가 된 캘리번을 머리가 둘달린 쌍두아(조은아·이승현)로 형상화한 점이다. 원작에서 캘리번이 섬에 표류해 의식을 잃은 사람 밑에 숨어 있다가 머리가 둘 달린 괴물로 오해받는 장면을 원용해 기상천외의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이번 무대는 2011년 에든버러 축제 공식 초청을 앞두고 국내관객에게 첫선을 보이는 것. 무대의상을 조선시대 한복이 아니라 신라와 가야시대 의상으로 바꿔주고 한국적으로 번안한 개별 캐릭터의 특징을 좀 더 살려준다면 세계무대에서 각광받을 ‘한국적 템페스트’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기 충분한 작품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i: 2만∼3만 원. 12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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