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배추 7포기 사주는데 윤씨 얼굴이 어른거려서…”
2일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윤영임 씨 (왼쪽)와 강계화 할머니를 위로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명박 대통령은 6일 라디오 연설에서 추석을 앞두고 서민 경제를 살피러 2일 경기 구리시 도매시장길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을 다녀왔다면서 그곳에서 만난 서민들의 ‘따뜻한’ 얘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에서 만난 강계화 할머니(70)와 윤영임 씨(43)처럼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사회 구석구석으로 퍼질 수 있도록 더욱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 앞에서 자신의 힘든 사정을 털어놓을 ‘천금의 기회’를 마다하고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보살펴 달라고 부탁한 이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6일 구리 농수산물시장을 찾아가봤다. “대통령님을 처음 봤는데 막 가슴이 벌렁벌렁하더라고. 대통령님이 우리 가게에서 배추 일곱 포기 사줬는데 우리 영임이 생각이 계속 났어. 대통령님이 나보다 우리 딸 물건 좀 팔아줬으면 해서.” 시장에서 만난 강 할머니는 윤 씨를 ‘딸’이라고 부르며 인터뷰 내내 챙겼다. 이 대통령은 할머니 부탁으로 윤 씨 가게에서 감자 두 박스를 사서 참모들과 나눠 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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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기 구리시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만난 상인 강계화 할머니(왼쪽)와 윤영임 씨가 수줍은 모습으로 촬영에 응했다. 구리=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고 붙들어 가며 고생한 끝에 1년 전 약속이라도 한 듯 리어카 생활을 청산했다. 도매시장 청과동 안쪽 2평 남짓한 가게를 각각 차린 것. 할머니는 양파와 배추를, 윤 씨는 맞은편 가게에서 감자와 파를 판다. “아직 다 빚이야. 그래도 예전에는 이자 6푼, 7푼짜리 일수 돈을 썼는데 요즘은 5푼짜리 개인 사채 써. 많이 나아진 거야. 이 정도면. 이제 든든한 거래처만 하나 생기면 더는 욕심도 없겠어.”(강 할머니)
할머니는 요즘도 매일 오전 7시면 시장으로 장사하러 나간다. 출근해서는 윤 씨가 나왔는지 가장 먼저 살핀다. “주말에도 조금만 늦게 나오면 불호령이 떨어져요.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요. 그래도 맛있는 도시락 싸왔다고 챙겨주는 사람도 우리 엄마밖에 없네요. 엄마가 가르쳐준 대로 저보다 더 힘든 사람들 배려하면서 살려고요.”(윤 씨)
구리=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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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미소금융 개선책 지시
▲2010년 7월20일 동아뉴스스테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