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추석 물량 확보전… 채소 주산지 생산 80%까지 감소
신세계 이마트 황성재 과일 바이어는 명절 선물세트로 사용할 배의 수량이 지난해의 50%에 불과하자 전국의 배 농가를 수소문하느라 요즘 눈코 뜰 새가 없다. 황 바이어는 “과일 당도에 영향을 미치는, 일교차가 큰 산지를 새로 발굴하려고 고도 측정계를 구입해 고랭지 지역을 샅샅이 훑고 있다”고 말했다.
태풍 곤파스는 과일 재배단지에 큰 피해를 줬다. 올 초 이상기온으로 지난해보다 출하시기가 10∼15일 늦춰져 출하를 기다리고 있던 배의 낙과가 많았다. 특히 추석선물세트에 들어가는 대과(大果)의 피해가 컸다. 3일 산지에서 배 한 상자(7.5kg 특품) 값은 하루 만에 전날보다 43% 비싼 5만 원으로 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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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산지로는 전북 장수군이 10%, 충청 지역이 5% 내외의 낙과 피해를 당했다. 롯데마트는 피해가 그리 크지 않은 사과는 물량 확보보다는 태풍 이후 발생할 우려가 높은 탄저병 등의 병충해 방지에 신경을 쏟을 계획이다. 추석 전까지 과일 가격은 지난해보다 15%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이 채소 주산지인 중부권을 관통하면서 상추 시금치 열무 얼갈이 쪽파 부추 등 하우스 작물도 큰 피해를 봤다. 9월 초부터 추석까지 판매할 물량이 몰려 있는 경기 남양주시의 경우,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수확 물량의 35∼40%에 달한다. 애호박 고추 피망 가지 양배추 등 과채류는 주요 산지인 강원 홍천과 평창군 일부 지역의 농장이 피해를 봐 품질이 떨어졌다. 생산량도 기존 대비 50∼70% 감소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명절 이전에 특히 소비가 급증하는 시금치의 경우, 9월 중순까지 출하해야 할 물량의 80% 이상이 소실된 것으로 조사됐다. 3일 주요 산지에서 거래된 시금치 1단 가격은 전날보다 8% 오른 4000원으로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122% 오른 가격이다. 큰 피해를 본 상추는 산지 시세가 5kg 상자당 기존 6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치솟았다.
대형마트들은 태풍 피해가 덜한 농가와 접촉하며 물량을 확보하려 고심하고 있다. 엽채류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경기 포천시와 강원 원주시 문막읍, 과채류는 경기 양주, 평택시 등을 대체 산지로 발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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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