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화려했다. 8월 8일 소장수 아들이 국무총리가 됐다는 소식은 꿈이 사라진 요즘 세태에 가뭄 속 빗줄기 같은 활력소가 될 만했다. 48세의 패기를 앞세운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세대교체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정치권은 정치판의 신데렐라 등장에 긴장했다. 특히 여권의 각 후보 진영은 ‘김태호 바람’의 풍향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추락
광고 로드중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분명 정치권에도 신데렐라가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청문회의 종소리가 땡 하고 치자 신데델라는 재투성이 아가씨가 되어버렸다. 한편으로 여야는 정치권에 신데렐라가 없다는 것을 배웠다”고 썼다.
김 전 후보자는 분명 정치권의 신데렐라였다. 신데렐라의 동력은 세대교체 바람이었다.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이후 40대 총리가 파격 발탁된 것은 39년 만이라는 상징성도 관심을 끌어올렸다. 8·8 개각을 주도한 청와대 인사들도 이 점에 주목했다. 개각 직후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태호 카드의 정치적 반향에 뿌듯해했고,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 진영은 “박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음모”라며 흥분했다.
‘김태호발(發)’ 세대교체의 바람은 불었지만 채 한 달을 버티지 못했다. 신체적 나이를 기준으로 세대를 가르는 일차원적 접근 탓이다. 정치적 내실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신선한 바람은 지속될 수 없다. 세대교체가 시대변화의 흐름을 담아내지 못할 경우 모래 위 누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필자는 이를 ‘시대교체’라 부르고 싶다.
5월 영국 총선에서 집권에 성공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44세’라는 프리즘에서만 본다면 세대교체의 착시(錯視) 현상에서 헤어날 수 없다. 그가 영국 보수당을 이끌 차세대 스타로 급부상한 계기는 2005년 9월 ‘보수당의 미래’를 주제로 한 연설이었다. 이에 힘입어 그해 말 39세로 보수당 당수에 취임할 수 있었다. 캐머런 총리는 보수적 이념에 집착하지 않고 ‘따뜻한 보수주의’를 표방했다. 경제적 부유와 복지의 동반 향상을 내건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해 정치적 ‘공인’을 받았다.
광고 로드중
정연욱 정치부 차장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