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김정일의 ‘심장’을 쏘다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2006, 2009년)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결의 1718호와 1874호를 통해 북한의 사치품 수출을 금지한 적은 있지만 미국이 북한의 재래식무기 거래와 사치품 수입, 그리고 불법행위를 겨냥해 국내법적 근거를 갖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의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라 금융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거나 미국 내에서 자산동결 조치를 당한 북한의 기업 24곳과 개인 4명도 모두 대량살상무기(WMD)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경우였다.
새롭게 제재 대상이 된 북한 지도부의 자금관리처인 노동당 39호실과 인민무력부 산하의 정찰총국은 김 위원장 통치기구의 핵심조직으로 슈퍼노트(100달러 위폐) 제작, 가짜 담배 생산, 아편 재배, 마약 거래 등 불법활동의 총본산 역할을 하는 곳으로 지목된 곳이다. 정찰총국이 통제하는 해외 무기수출업체인 ‘청송연합’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청송연합은 유엔의 제재 대상이 된 조선광업개발무역(KOMID)을 대체하기 위해 설립된 곳으로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를 수출하는 업체로 알려졌다.
○ 촘촘하고 터프해지는 제재의 그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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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칼날을 거둘 날은…
미국이 점점 날카로워지는 대북 제재의 칼날을 쉽게 거둬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아인혼 북한·이란 제재조정관은 “미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 체제가 보이고 있는 행동의 근본적인 변화”라며 “단순히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에 돌아온다고 해서 철회하거나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한번 움켜쥔 고삐를 쉽게 느슨하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제재의 실효성과 관련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통치와 무기개발을 위한 외화 획득의 창구가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그마저 차단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는 것이어서 북한이 느끼는 제재 강도는 꽤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기관과 거래가 거의 없고 주요 거래 대상인 중국을 강제할 묘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북한이 극심한 고통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 한미, 대화국면 전환에도 대비
북한과 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천안함 정국을 북핵 6자회담 재개 쪽으로 바꾸고 싶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하지만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 정부가 지난달 30일 외교 경로를 통해 설명한 북-중 정상회담 내용을 1차적으로 검토한 결과 북한이 태도를 바꿨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며 “아직은 대북제재 국면이 유효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 내에서도 그동안 제재 일변도의 기조에서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투 트랙 어프로치(이중 접근 방식)’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당국자는 “9월 초 노동당 대표자회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천안함 문제를 한국의 안보 문제로, 6자회담을 북한 비핵화 문제로 분리 대응키로 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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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