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음악원’ 만들어 교류… 쇼팽 탄생 200돌 음악회 폴란드교수들 대거 참석
계명대 신일희 총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계명쇼팽음악원 광장의 쇼팽 흉상 앞에서 음대 교수 및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쇼팽 흉상은 폴란드 쇼팽협회의 심사를 거쳐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세워졌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폴란드는 계명대와 20년 우정을 나누는 정겨운 이웃과 마찬가지다. 마렉 차우카 주한 폴란드대사는 계명대 특임교수이고, 신일희 계명대 총장은 폴란드 명예영사이다. 신 총장은 폴란드 정부가 주는 최고 훈장인 금십자훈장과 대십자훈장을 받기도 했다. 올해 4월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던 중 비행기 사고로 서거했을 때 캠퍼스에는 추모 분위기가 가득했다. 대학 측은 분향소를 설치하고 음대 학생들은 추모 음악회를 열었다. 폴란드의 슬픔은 곧 계명대의 슬픔이었다.
계명대와 폴란드가 끈끈한 우정을 쌓은 데는 쇼팽이 가교 역할을 했다. 독문학자인 신 총장은 “20여 년 전 폴란드 교수들과 교류하면서 쇼팽이 폴란드 국민의 마음에 깊이 각인된 모습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고 회고했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수난을 겪은 폴란드 역사가 한국과 비슷한 데다 음악으로 폴란드의 미래를 꿈꾼 쇼팽을 보고 단순한 연주자가 아닌 ‘음악 리더’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계명쇼팽음악원 뜰에는 쇼팽 흉상을 비롯해 쇼팽 광장과 쇼팽 길이 조성돼 있어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쇼팽 흉상은 폴란드 쇼팽협회의 심사를 거쳐 프랑스와 벨기에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세워졌다. 이영기 계명쇼팽음악원장(56)은 “음악도는 연주 기교 이전에 음악에 대한 정신을 갖춰야 큰 그릇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쇼팽음악원은 학생들이 좁은 틀을 벗어나 세계를 무대로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쇼팽음대 석사과정에 다니는 서경연 씨(26·여)는 최근 바르샤바 인근 쇼팽 생가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기회를 얻었다. 쇼팽 생가에서 대학원생이 연주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서 씨는 “쇼팽처럼 세계인의 가슴에 살아있는 피아니스트를 꿈꾼다”고 말했다.
계명대는 최근 헝가리 국립리스트음악원과 협약을 맺고 내년부터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신 총장은 “음악은 곧 세계인의 마음”이라며 “쇼팽처럼 국민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살아 숨쉬는 음악 인재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