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씨를 제외해도 한국은 스페인과 더불어 가장 많은 14좌 완등자(3명)를 보유한 나라다. 한국 산악계의 성장은 ‘인정사정없는 경쟁’ 덕분이었다. 엄홍길 씨는 후배인 박영석 씨의 거센 추격을 받으며 2000년 한국인 최초로 14좌를 완등했다. 그러나 14좌 가운데 로체와 시샤팡마 등정이 이상하다는 시비가 따라다녀 2001년 두 봉을 다시 올랐다. 그래서 일각에선 엄 씨의 완등은 2001년 이뤄진 것으로 보고, 박 씨를 한국인 첫 14좌 완등자로 꼽기도 한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1970년 동생과 함께 처음으로 8000m급 고봉에 올랐다. 그러나 하산 길에 동생이 처지자 그냥 버려두고 내려와 ‘영원한 실종자’로 만들었다. 동생 시신은 35년 만에 냉동 상태로 발견됐다. 메스너는 ‘냉혈한’이라는 악명이 따랐지만 1978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등정하고 1986년엔 14좌를 완등했다. 그 후 14좌 도전은 무산소로 최단기간에 오르는 싸움이 됐다. 장비 도움 없이 사람 힘만으로 맞서는 비정한 승부다. 자연과의 정면 승부를 위해 대원들은 서로의 연결 로프를 풀고 오르기도 한다.
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