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이 영화를 ‘어린이용을 가장한 성인용 동화’라고 표현했다던가. 필자는 제작사인 픽사(PIXAR)의 설립자 스티브 잡스가 15년 전에 했다는 말을 떠올렸다. “60년 뒤면 매킨토시는 유물이 되겠지만 토이스토리는 여전히 사람들이 즐길 수 있다. 난 거기에 걸겠다.” 디즈니가 그랬듯이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을 만들겠다는 꿈이었다.
60년 뒤까지는 몰라도 현재 토이스토리3는 호조를 보이는 듯하다. 개봉 두 달 만에 세계시장에서 9억40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려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1위 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이 들리고, 이달 5일 개봉한 한국에서도 3주도 안 돼 13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일에 관한 한 냉혈한으로 알려진 잡스가 왜 그랬을까. 픽사의 애니메이션팀이 보유한 쟁쟁한 인재들과 그들이 풍기는 ‘뭔가 보여줄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회사를 팔면 거금이 들어오겠지만, 그 대신 인생에서 가장 멋진 경험을 스스로 포기해야 했다”는 게 잡스의 회고다. ‘세상을 바꾸고’ ‘영원히 남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집착이 자칫 전 재산을 날리고 영원한 패배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는 공포로부터 잡스를 견디게 한 것.
이 집착은 결국 1995년 토이스토리1의 대성공으로 보상받는다. 잡스는 10년 만에 무대 전면에 화려하게 등장했고 픽사의 주식상장과 함께 다시 억만장자로 올라섰다. 오매불망하던 애플 복귀의 길도 열렸다. 이후 잡스가 애플에서 보인 활약상은 익히 알려진 대로다. 잡스의 역작 아이폰도 같은 맥락에 있는 듯하다. 사용자들은 아이폰을 ‘기계라기보다는 문화’라고 평가한다. 아이폰이 사용자들의 생활방식을 바꾸고 앱스토어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의 유통구조와 기업 성장방식 등 시장의 새판을 짜게 하기 때문이다. 눈앞의 손익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꾸고 고전을 남기고자 애쓰는 기업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휴대전화, 태블릿PC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애플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 업체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대목이 아닐까.
서영아 인터넷뉴스팀장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