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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능력 일깨워 연구자형 인재 조기발굴”

입력 | 2010-08-18 03:00:00

포스텍 高2 대상 ‘잠재력 개발 프로그램’ 성과




포스텍 ‘잠재력개발과정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회전운동에너지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포스텍

《경북 문명고 2학년 배창근 군(17)은 이번 여름방학을 누구보다 행복하게 보냈다. 배 군은 모의고사 성적이 전국 상위 0.2%일 정도로 공부를 잘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항상 배움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가 희귀성질환으로 돌아가신 뒤 아버지는 우울증을 앓아 일을 못하게 됐다. 그러나 배 군은 밝고 공부도 잘했다. 특히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배 군의 아버지는 “선생님들이 창근이는 조금만 지원해주면 더 잘할 것이라고 했지만 형편상 어려웠다”고 말했다.》

○ 숨은 보석 찾기

배 군은 이번 여름방학 교장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포스텍의 ‘잠재력 개발과정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이어 세 번째로 운영된 이 프로그램의 참가 대상은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거나 사교육 없이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해 수학과 과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다.

선발된 학생들은 25일간 포스텍에 머물며 교수들에게 수학·과학수업을 들었다. 올해는 7월 10일부터 8월 3일까지 진행됐다. 42명을 선발하는 이 프로그램에 지원한 학생은 430명으로 경쟁률은 10 대 1을 넘었다.

매번 7000만 원이 넘는 경비를 들이면서도 포스텍이 이 프로그램을 계속하는 것은 ‘숨은 보석’을 찾기 위해서다. 김동석 포스텍 입학사정관은 “100%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는 우리 대학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인재상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학-과학 재능있는 학생 선발해 캠퍼스서 실험위주 수업

프로그램에서 수학을 가르친 최성섭 수학과 교수도 “단 10분의 면접과 서류평가로는 절대 원하는 인재를 뽑을 수 없다”며 “입학사정관 전형의 원래 목적에 맞도록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잠재력 있는 학생들을 미리 알아보고 꾸준히 관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 참가자를 선발하는 과정도 입학사정관 전형과 똑같다. 학생들이 제출한 서류를 보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입학사정관이 해당 고교에 직접 가 학생들을 관찰한다. 정말 잠재력이 있는 학생인지를 직접 보기 위해서다.

○ 단순지식보다 실험 위주 수업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A 군은 “고등학교에서 사고력을 죽이는 교육을 받았는데 이곳에서 진짜 공부를 알았다”고 말했다. B 군은 “세상을 보는 눈이 커져 진로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됐다”며 “1년간 포스텍만 보고 달리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이 같은 평가는 포스텍 교수들의 수업이 이론 설명보다는 토론과 실험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고교 수준 범위지만 답이 하나 이상 나오고 오래 생각해야 하는 문제를 팀별로 풀게 했다”고 말했다.

“참가 전후 학습목표-자세 관찰깵 입학사정관 전형의 갈 길”

처음 학생들은 팀별로 문제를 푸는 것부터 정답 도출 과정을 발표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어려워했다. 최 교수는 “뛰어난 능력을 갖췄지만 입시위주 수업에 길들었기 때문”이라며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학생들이 빠르게 적응했고 몇몇 학생은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텍이 원하는 인재는 단순히 지식습득을 잘하는 학생보다 중간에 헤매더라도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연구자”라고 강조했다.

○ ‘우수’평가 학생 입학사정관전형 유리

배 군은 포스텍 입학사정관으로부터 “가정형편은 어려울지 몰라도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 군처럼 우수한 평가를 받은 학생들은 2012학년도 포스텍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에는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학생 12명 중 6명이 합격했다. 이들에 대해 김 입학사정관은 “이제 겨우 한 학기를 보내 성과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잠재력을 보고 뽑은 학생들인 만큼 전공 공부를 시작하는 2, 3학년 때 더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에 대한 평가도 계속된다. 김 입학사정관은 “이번에 참가한 학생들이 내년도 대입 원서를 쓰기 전에 입학사정관들이 직접 학교에 가 프로그램 참가 전후 학습목표와 자세가 어떻게 변했는지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며 “이게 진정한 입학사정관 전형의 갈 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