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우리가 쓸 배는 우리가 만든다” 산업보호주의 확산… 기회로 떠올라대우조선 전담 조직 구성STX-삼성重도 계약 체결
‘배를 못 팔게 하면 배 만드는 기술이라도 팔겠다.’
대우조선해양은 개발도상국과 신흥 시장에 조선소 건설·운영 컨설팅을 포함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위해 전담 조직을 구성했다고 13일 밝혔다. ‘글로벌 오퍼레이션 센터(GOC)’라는 이름의 이 팀은 인원이 40명 정도로 회사 측은 현재 각 부문에서 전문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고 있는 중이다.
○ 산업보호주의를 새 비즈니스 기회로
대우조선 측은 GOC 설립에 대해 “조선 경기 불황 속에 점점 거세지고 있는 산업보호주의를 아예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쓸 배는 우리가 직접 만들겠다’며 조선소를 새로 짓거나 입찰 조건을 자국 조선소에 유리하게 바꾸는 신흥 경제국이 늘어나자 ‘그렇다면 조선소나 대형 선박을 만드는 데 애로가 많을 테니 우리가 선진 기술로 도와주겠다’고 나선 셈이다.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폐쇄적인 시장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직접 그 시장에 들어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겠다는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수출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 조선업체들에 최근 러시아 브라질 인도 아프리카 등 신흥 경제국에서 일고 있는 조선산업 보호주의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가 모두 420억 달러(약 49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발주를 추진하면서 자국 건조 비율을 50% 이상으로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 노하우 전수는 다시 신규 수주 기회로
대우조선의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는 기술 지원을 향후 신규 수주로 유도하겠다는 계산도 있다. 박영관 대우조선 경영관리팀 이사는 “조선산업은 한 조선소가 설계부터 자재 조달, 생산까지 일괄처리를 해야 해 진입장벽이 높다”며 “여러 국가에서 ‘조선 노하우’에 수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기존에 기술 지원을 해오던 브라질 1위의 조선업체인 아틀란티쿠와 올해 5월 1000만 달러 규모의 기술지원 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조선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인 한국 조선소들과 이들 나라의 기술 격차가 상당해 당분간은 위협이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