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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박승헌]쌍용車무급휴직자들 ‘헤쳐모일’ 날이 머지않기를

입력 | 2010-08-13 03:00:00


4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의 한 공사장. 검게 탄 얼굴에 군용 모자를 눌러쓴 윤대산 씨(50)는 흙이 묻은 청바지를 입은 채 한숨을 쉬었다. 대학 2학년과 4학년인 딸들의 등록금을 내야 할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학비와 생활비를 대느라 이미 집을 담보로 2000여만 원의 빚까지 진 상태였다. 그는 1989년 쌍용자동차에 입사한 뒤 지난해 6월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 뒤 윤 씨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인 ‘옥쇄파업’에 참가했고 해고 대신 무급휴직자가 됐다. 공장에서 나온 뒤 1년간 공사판을 떠돌며 일용직으로 일했지만 삶은 팍팍하기만 했다. 윤 씨는 “해직자와 달리 무급휴직자는 실업급여도 못 받고 퇴직금도 없어 생활이 더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복직을 포기하고 퇴직을 하면 퇴직금이 나오지만 실낱같은 희망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무급휴직자 A 씨의 생활도 마찬가지다. 그는 요즘 일이 없어 일손을 찾는 전화만 기다린다. 4월부터 포장이사 일을 시작했지만 지난달 수입은 고작 60여만 원.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이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말을 할 때면 가슴이 미어진다. 그의 바람은 하나다. 회사가 복직 시기라도 알려주는 것. 그는 “시기만 알아도 희망을 갖고 기다리겠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일을 하는 사람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5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평택지역에 살고 있는 해고자 106명 중 61.3%는 생계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용직이나 대리운전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근로자의 한 달 평균 수입도 111만 원에 그쳤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도 있었다.

지난해 8월 노사는 무급휴직자에게 1년 뒤 생산물량에 따라 순환근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합의했지만 회사는 아직 복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무급휴직자 462명의 복직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12일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가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쌍용차로서는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윤 씨 같은 20년 경력의 숙련된 인력을 다시 부르지 않는다면 회사로서도 손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반한다. 마힌드라가 ‘후진업체’ 또는 기술만 빼가고 버리는 ‘먹튀’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하고 쌍용차를 인수한 뒤 성공적으로 운영해 무급휴직자들의 복직도 책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승헌 산업부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