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發 곡물가 파동… 이란 제재에 원유가 급등… 공공요금 줄줄이 인상
○ 러시아발(發) 애그플레이션 우려
러시아가 수확량 감소에 따라 밀 보리 호밀 옥수수 밀가루 수출을 연말까지 중단하기로 5일 발표하자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선물(先物)가격은 1부셸(27.2kg)에 7.8575달러로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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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최근 설탕값 인상에 이어 라면 과자 국수 등 일반 가공식품의 필수 원료인 밀가루 가격도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분업체 관계자는 “11월 초까지는 업체마다 재고가 있기 때문에 즉각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당장 9일부터 구매하는 물량은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밖에 없어 11월 이후 가격 인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제분업계는 미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 밀을 수입해왔기 때문에 이번 러시아의 수출 중단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집트를 포함해 러시아에서 수입을 했던 국가들이 수입처를 미국 등으로 바꿀 경우 국제 밀 가격 급등세가 본격화해 연쇄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 이란 제재 구체화되자 상승폭 커져
사실상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원유 가격의 상승세도 가파르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이란 제재 움직임이 구체화하면서 상승세도 더욱 뚜렷해졌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격인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5일 배럴당 78.59달러로 28일부터 6일 연속(거래일 기준) 오른 뒤 6일 78.43달러로 소폭 내렸다. 이는 지난주 평균가격보다 5달러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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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철금속 가격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아연과 동은 t당 1999달러, 7237.5달러로 한 달 만에 각각 13.6%, 12.2% 급등했다.
중국의 임금상승도 국내 물가에는 불안 요인이다. 현지 진출 기업의 인건비 상승으로 수입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특히 올해 들어 도요타 혼다 등 일본계 업체를 중심으로 중국 내 외국계 기업의 대규모 파업이 일어나면서 외국계 기업 노동자의 임금이 최소 30% 이상 올랐다”고 보도했다.
○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
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것은 해외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을 각각 3.5%, 4.9% 올린 데 이어 일부 지자체도 공공요금을 속속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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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터져 나오는 물가 불안 악재에 정부와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공공요금의 경우 최대한 동결하거나 소폭 인상에 그치도록 할 수 있지만 국제 곡물 가격이나 유가 등 대외 변수는 정부의 통제 범위 밖에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우선 도로통행료, 열차요금, 국제항공요금(인가제 노선), 광역상수도(도매), 우편요금 등을 올해 동결하기로 했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방 공공요금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한 지자체에는 예산 배분과 평가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인상을 최소화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가 안정을 책임진 한은은 공공요금 인상도 문제지만 생활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식품물가의 상승세를 더 경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당장 올리지 않더라도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드러내면서 금리를 재차 인상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