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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제재 딜레마]“멜라트 대체할 은행 어디없소”

입력 | 2010-08-06 03:00:00

기업 이란서 번 돈 송금창구… 다른 은행은 국제경험 부족
원유수입 관련 거래는 없어




정부와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을 이용한 거래가 불가능해질 것에 대비해 멜라트은행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라인을 물색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이란에서 벌어들인 돈을 현지 멜라트은행 본점에서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으로 송금하는 형태로 국내로 들여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5일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이란계 은행은 대체로 규모와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이 중에는 세계은행 순위 기준으로 500∼600위권 정도 되는 은행도 있다”며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이란계 은행들을 통해 거래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종교적 사회주의 국가’로 불리는 이란에서 대체 은행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KOTRA 테헤란KBC 관계자는 “이란계 은행 중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은행은 6곳뿐인데 이 은행들은 국제적인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이 크게 떨어지고 한국 기업과 거래한 경험도 없다”며 “그런 은행들을 새로운 거래처로 활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이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이란계 은행의 지사를 통해 거래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도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는 힘들다. 미국 정부가 조만간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이란 제재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미국이 10월 1일 발표하는 이란제재법 시행 세칙에 원유 수출과 관련된 조치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이란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곳은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인데 두 회사 모두 일본계 은행을 통해 거래를 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한국의 수출 회사 대부분이 수출 대금을 이란의 멜라트은행으로부터 받는 것과 달리 원유는 멜라트은행과 거래가 없다”며 “미국의 이란 제재가 이란의 원유 수출로까지 확대되지만 않는다면 국내 업체의 원유 수입에 심각한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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