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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제재 딜레마]GS건설, 14억 달러 계약 결국 포기

입력 | 2010-08-06 03:00:00

건설업계, 제재 여파에 촉각… 이란측서 거래銀 변경 요구도




미국이 대(對)이란 경제 제재에 한국도 동참할 것을 강도 높게 요구하면서 이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건설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부 건설업체는 어렵게 따낸 대규모 공사를 포기했고, 상당수 업체가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상황에 대비해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이란에서 14억 달러(약 1조6380억 원) 규모의 가스플랜트시설 공사를 수주했지만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시작하자 계약을 포기했다. GS건설 측은 “가스탈황시설, 정유시설 부분이 나중에 제재 대상에 추가되는 바람에 사업이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란 현지에서 4건의 공사를 진행 중인 대림산업은 이란 은행과 거래가 불가능해지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 이란 주변국의 금융회사를 통해 공사대금을 받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란에서 진행 중인 공사의 선수금을 받아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손해가 발생할 구조는 아니다”라며 “이란제재법의 세부 시행 세칙이 어떻게 결정될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6월 이란에서 50만 달러(약 5억8500만 원)의 프로젝트를 수주한 유한기술 측은 “미국의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이란 측에서 금융회사를 바꾸자고 먼저 제안해 왔다”고 밝혔다. 이란의 발주처가 7월 초 “미국이 금융 제재를 시행해 공사대금을 제때 못 줄 수도 있다”며 “두바이 은행으로 거래 은행을 바꾸자”고 제안했다는 것.

해외건설협회는 “아직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례는 없다”면서도 “미국의 요구가 강경한 것으로 파악돼 앞으로 이란 내에서 국내 기업들의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말로만 제재에 동참한다고 하고 구체적인 실행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미국의 요구 강도가 세 국내 건설업체들도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이란에서 발주할 예정인 프로젝트는 최소 5곳에 총 250억 달러(약 29조2500억 원) 규모다. 이란 파스석유가스공사(POGC)가 진행하는 사우스 파스 프로젝트 14, 17∼20단계가 발주될 예정이며 이란 국영석유화학공사(NPC)의 석유화학 플랜트사업인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공장도 발주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건설사들은 이란을 둘러싼 대외정세가 극도로 불투명한 점을 감안해 이들 프로젝트 수주에 나서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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