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철 씨 ‘은빛 까마귀’ 펴내
2008년 출간한 데뷔작 ‘서재필 광야에 서다’에 이은 두 번째 장편이다. 장기집권을 위해 개헌을 추진하는 대통령의 음모를 우연히 알게 된 신참 여기자가 이를 파헤치면서 권력에 맞선다는 내용이다.
소설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양편으로 나뉘어 등장한다. 잔인한 내면을 숨기고 있는 현직 대통령, 돈의 힘을 과시하며 대권을 노리는 도지사, ‘킹 메이커’를 자처하는 전직 장관 등 기득권층이 한쪽에 있고 한센병 환자를 돌보는 벨기에인 신부,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의 레스토랑 주인, 대통령의 과거를 알고 있는 떠돌이 사진사 같은 부류가 주인공 여기자와 함께 반대 축을 이룬다.
고 작가는 경험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체험이 부족한 작가들이 사변적 독백류의 글을 주로 쓰게 된다”면서 “기자로서의 경험은 내러티브가 강한 작품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 대해 그는 “시나리오나 희곡을 쓰는 것처럼 한 장면 한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썼다”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대로 대통령의 광기가 폭발하는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 작품의 연극적 분위기는 특히 두드러진다.
작품의 주요 무대는 은오산(銀烏山)의 글로벌 빌리지라는 가상공간이다. 이곳에 모여드는 사람 중에는 사회에서 낙오하거나, 스스로 사회를 등진 ‘마이너리티’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은 이곳에서 주류도 해내지 못한 일들을 보란 듯이 이뤄내며 그들만의 이상향을 만들어 간다. 고 작가는 “부패한 권력층을 풍자하는 것과 동시에 마이너리티들의 유쾌한 반란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