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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2등급내 학생 비율 분석… 지역별 격차 극복한 두 학교의 힘은

입력 | 2010-08-04 03:00:00


《동아일보가 2010학년도 수능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 평균 2등급 이내 학생 비율을 학교별로 분석해본 결과 드러난 지역별 학력격차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지역별 학력격차 해소가 교육계의 화두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구 수성구와 광주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구 수성구는 수능 3개 영역 평균 2등급 이내 학생 비율이 전국 3위다. 대구의 변두리였던 이 지역을 교육특구로 만든 힘은 경신고의 학력중시 교육방침이었다. 광주는 수능 평균 2등급 이내 학생 비율이 8.4%로 16개 시도 중 최고다. 학원에 갈 필요가 없는 학교를 만든 것이 광주의 힘이었다.》

▶본보 3일자 1·3면 참조
서울 10위내 대학 합격권 강남구 전교78등-금천구 5등
[서울 상위 10위권大 누가 가나]서울대 합격자 수와 우수학생 수, 비례않는 곳 많아


지난달 기말고사를 치르고 있는 대구 경신고 학생들. 경신고는 대구 수성구가 교육특구로 변모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 학교는 올해 초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돼 내년부터 또 다른 변화를 앞두고 있다. 사진 제공 경신고

■ 대구 경신고 ‘야자’ ‘-1교시’ 도입 학력경신

대구에서 수능 2등급 이내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 10곳 중 9곳은 수성구에 있다. 수성구 최하위 학교가 다른 지역 최상위 학교와 비슷할 정도다. 수성구의 학력을 이끌고 있는 곳은 경신고다. 2등급 이내 학생이 21%에 이르는 이 학교는 대구지역 최고의 진학 명문으로 꼽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이 학교는 1979년에 상업계 학교에서 인문계 학교로 전환했다. 이규덕 경신고 교장은 “당시 수성구 일대는 집도 거의 없고 흙길이어서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인문계로 갓 전환한 경신고는 교통마저 불편해 기피 학교 중 하나였다.

1980년대 초부터 경신고는 ‘학력경신’을 표방하며 대개혁에 착수했다. 전국 최초로 ‘야간자율학습’을 시작한 것이 첫 번째였다. 일부 교사는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야 한다는 것에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간자습을 하는 반의 성적이 급등하자 점차 전 학급으로 퍼졌다. 이후 야간자습은 인근 학교로 퍼지기 시작해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경신고는 야간자습에 이어 오전 7시부터 방송교재를 이용한 수업을 도입했다. 다른 학교가 ‘0교시’를 할 때 ‘―1교시’를 했던 것이다. 지금 ‘―1교시’는 없어졌지만 경신고는 점심시간 전까지 5교시 수업을 하는 독특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오전에 집중력이 좋기 때문이다.

강도 높은 교육방침이 이어지면서 경신고는 ‘공부 잘하는 학교’로 소문나기 시작했다. 점차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들었고 교사들은 진학 노하우가 쌓였다. 경신고를 포함한 수성구의 학교들이 좋은 성적을 내자 다른 지역에 있던 학교들도 수성구로 옮겨왔다. 대륜고, 정화여고 등이 이전했고 이전까지 최고 명문이었던 경북고도 수성구로 왔다. 좋은 학교가 많아지면서 수성구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주요 행정기관이 밀집했다. 집값은 폭등했고 경신고가 있는 범어동 일대는 한 건물에 하나씩 학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학원가로 변모했다.

수성구 내 학교 간 경쟁도 더욱 심해졌다. 경신, 대륜 등 사립학교의 강세 속에 공립학교도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대구시내 공립교 중 수능 성적이 가장 우수한 대구여고는 최근 진로교육과 더불어 모든 학생의 자료를 인터넷으로 관리하는 e포트폴리오에 집중하고 있다. 진학 방법이 입학사정관제로 바뀌면서 이뤄진 조치다.

대구=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지난달 28일 광주 대광여고의 ‘고전문학’ 수업 시간. 교사의 설명 위주로 이뤄지는 이 수업은 선택한 학생들만 듣는다. 이 학교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과 수업방식 선호도에 따라 교사와 강의를 선택해 듣는다. 광주=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광주 대광여고 수준별 이동교실 ‘사교육無’

광주는 도농(都農)지역인 광산구를 제외하고는 특정 지역에 쏠림 없이 남구, 서구, 북구, 동구 등 4개 자치구의 학력이 고루 높다. 이에 대해 광주 교육계는 “학교 수업이 갖는 ‘다양성의 힘’ 덕택”이라고 풀이한다.

광주시교육청이 고교에 권장하는 수준별 이동수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재근 시교육청 진학정보담당 장학관은 “초창기에는 학부모나 학생들이 우열반이 될까 걱정했지만 이제 맞춤식 학교교육을 위해서 필수적이라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사교육 없는 학교’로 선정한 남구 주월동 대광여고는 ‘수준별 이동수업’과 ‘수준별 선택별 방과후학교’를 잘 운영해 성과우수학교로 뽑혔다. 이 학교는 전교생 1174명 중 99%가 학원에 가지 않는다. 그 대신 학생들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 반까지 학교에서 공부한다. 정규과정 중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은 수준별 수업을 하는데 2개월마다 각종 시험 성적을 합산해 심화, 보통, 기본과정반으로 나눈다. 이영우 교장은 “학생 수요에 맞게 다양한 수업을 개설하고 수준별로 가르치니까 학교를 믿고 학원에 보내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과후학교’ 수업은 철저히 수준별 선택별로 실시한다. 학생들은 수강신청 사이트에서 교재, 수업 운영방식 등을 보고 강좌와 교사를 선택한다. 수업 운영방식은 두 가지다. 같은 과목이라도 ‘교사중심’은 교사 설명 위주고, ‘학생중심’이면 학생들이 모의고사를 풀어오면 틀린 문제 위주로 빠르게 진도를 나가는 형태다.

매일 오후 11시 반까지는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야간 자율학습과는 달리 학생들은 이 시간에 인터넷 강의, 자습, 논술 중 어떤 것을 할지 스스로 선택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제출한 시간활용 계획서를 보고, 잘하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다.

이창호 교감은 “학생들은 인터넷으로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듣는데 학교 수업이 형편없으면 듣겠느냐”며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했던 교사들도 이제 스스로 교재와 강의를 연구한다”고 말했다.

물론 학교는 교사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유명 인터넷강의 수강료는 물론이고 EBS나 각종 문제집을 분석해 1년에 8∼10권씩 자체 교재를 만드는 교과협의회 모임도 지원한다. 재단법인에서 지급하는 교사 월급은 각종 수당을 포함해 일반 학교의 2배 정도다.

광주=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