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도화동 주민들 ‘취소’ 서명운동“市재정 파탄상태” 발언엔 시민들 불안감 고조
지난달 28일 오후 8시경 인천 남구 도화동 경인전철 제물포역 북광장. 불과 1년 전만 해도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렸지만 거리는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2009년 8월 인천대가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에 따라 송도국제도시에 새 캠퍼스를 지어 떠나면서 이 일대 상권은 사실상 몰락했다. 하지만 인천시가 4월 14일 지지부진한 이 일대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을 위해 인천도시개발공사 등 5개 행정기관을 이전해 ‘제2행정타운’을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동네에 활력이 생겼다.
하지만 송영길 인천시장이 취임한 지 열흘 만에 행정타운을 서구 루원시티(서구 가좌동 일대 도시개발사업 지구)로 옮기겠다고 밝히면서 도화동 주민들은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수도권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여야 권력교체가 이뤄진 인천은 새 시장의 취임 한 달을 맞았지만 갈등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 주경기장 재검토로 확산되는 갈등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인천시는 시교육청을 옮기겠다고 밝혔다. 행정타운 건설 예정지가 뒤바뀐 것은 송 시장이 취임한 뒤 서구 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 신설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서구 주민을 중심으로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 이 지역 국회의원과 민주당 출신 구청장, 서구지역 주민들이 나서 집단 반발하자 ‘반대급부용’으로 행정타운을 루원시티로 옮기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 재정 어렵다는 말에…주민 불안
인천시 재정이 어렵다는 송 시장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주민도 불안하다. 송 시장은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인천의 빚이 10조 원에 이른다. 인천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도국제도시에 230m²(약 70평형) 아파트를 갖고 있는 강모 씨(40)는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값이 폭락해 힘든데 시 재정이 파탄지경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면서 불안하다”며 “시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 시장 측은 시와 인천도개공의 채무액이 지난해 말 6조8000억 원에서 올해 말 9조4000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부채비율이 급속히 늘어나 대형 사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