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경주 600년 유교문화가 오롯이유산등재 소식 알려지자 방문객 2배로… 마을 곳곳에 현수막 내걸고 등재 환영
전통 유교문화의 살아있는 상징 공간으로 손꼽히는 두 마을의 역사는 600여 년.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모두 풍수지리상 길지(吉地)에 자리 잡고 있다. 풍수 원칙에 따랐기에 두 마을은 자연과 인공건축이 조화를 이룬다.
오랜 역사와 전통 덕분에 두 마을엔 귀중한 문화재가 즐비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조선시대 건축양식의 특징을 잘 간직한 15, 16세기 건축물들. 전통 관혼상제와 공동체놀이, 세시풍속 등의 무형유산이 세대를 이어 전승되고 있다는 점도 이들 마을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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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재 소식이 알려져서인지 양동마을엔 평소 주말 하루 관광객의 두 배에 이르는 2000여 명이 찾아왔다. 양동정보화마을 홈페이지에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축하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양동정보화마을 이석진 운영위원장(51)은 “마을 전체가 문화재여서 주민 300여 명이 큰 불편을 겪어왔다”며 “세계유산이 됐으니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의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주시는 마을 입구에 내년 완공 예정으로 양동마을 유물전시관을 비롯해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 등을 조성하고 있다.
하회마을은 15세기 풍산 류씨 집안이 이주해 정착하면서 형성된 개척입향(開拓入鄕) 혈연마을이다.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하회마을의 대표 인물은 조선시대 재상인 류성룡(1542∼1607). 하회마을은 낙동강 물이 마을을 섬처럼 둘러싼 형상으로, 연꽃이 물에 떠 있는 형국(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이다. 하회(河回)라는 이름도 강(河)이 마을을 감싸고 돈다(回)는 뜻.
하회마을엔 16∼18세기 고건축물이 많이 전해온다. 류성룡의 생가인 충효당(보물 414호), 류성룡의 형 류운룡의 종택(보물 306호)을 비롯해 북촌댁, 남촌댁, 화천서당, 옥연정사 등이 대표적이다. 보물 외에도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고건축물은 9건이다. 이 마을은 류성룡의 ‘징비록’(국보 132호) 등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문헌자료도 풍부하게 보존하고 있다. 하회마을에서는 전통 방식의 유교적 관혼상제를 계승하고 있다. 이 밖에 하회별신굿탈놀이(중요무형문화재 69호)와 선유 줄불놀이 등의 민속놀이도 고려 말부터 이어져 온다. 이 같은 특징과 매력에 이끌려 1999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하회마을을 방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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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마을은 하회마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기 때문에 다소 번잡한 하회마을과 달리 지금도 고즈넉한 편이다. 풍수지리적으로 보면 양동마을은 여러 작은 골짜기가 나란히 흐르는 물(勿)자 모양의 지세다. 양동마을은 특히 구릉 등과 같은 지세(地勢)를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활용한 건물 배치가 두드러진다.
양동마을 역시 고건축물의 보고다. 이언적이 경상감사 시절 지은 향단(香壇·보물 412호), 조선 전기 청백리 손중돈의 옛집인 관가정(보물 442호), 이언적의 종가인 무첨당(보물 411호) 등. 중요민속자료 고건축물도 12건, 200여 년 전에 지은 건축물도 15채나 된다. 이곳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족보와 문헌자료도 풍부하다. 금속활자본 ‘통감속편’(국보 283호)과 손씨 문중의 ‘손소 영정’(보물 1216호) 등이 대표적 문화재. 양동마을 역시 전통 방식의 관혼상제를 비롯해 양동 줄다리기와 같이 마을공동체의 안녕을 추구하는 민속놀이가 전승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안동·경주=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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