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의 멋드러진 환타지 그룹●눈을 감아도 보이는 신비롭고 광활한 음악세계
디어클라우드
5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우물 속에 비친 귀신과 같은 모습이다. 데뷔곡 '얼음요새' 속의 가사처럼 언제나 냉정하고 차갑기만 하다. 뜨거운 열정보다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응시하는 그런 냉랭한 시선이 날카롭다. 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유로운 영혼의 독창성은 그들이 과연 서로 소통하고 있는지가 의심될 정도로 쿨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들의 진짜 무서운 대목은 정작 다른 데 있다. 공연 뒤풀이를 술집이 아닌 홍대앞 모퉁이 어느 찻집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갖는다는 게 하나의 예가 될 수 있겠다. 마치 동유럽의 어느 성안에 갇혀서 사육되는 슬픈 버전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등장하는 아이들처럼 이들은 좀처럼 말이 없다.
■ 서울예대 출신의 첨단음악 기계 '디어클라우드'
괴짜 리더로 불리는 김용린
얼마 전 길에서 마주친 팀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작곡자인 김용린은 몹시 초췌해 보였다. 이번에 나오는 EP앨범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눈에 띄지 않았던 그 오랜 시간 그 친구가 걸어온 외로움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한때 유명한 레이블과 계약한 뒤 그들의 미래는 창창대로인 듯 보였으나 지금은 사실상 멈추어 있다. 그들 마음속 구름은 비를 몰고 왔지만 정작 쏟아놓을 곳은 없는 듯 불안해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소속사 안에서 다른 아티스트의 세션들과 불편한 동거관계도 계속됐다. 그런 와중에도 이들은 양질의 음악을 내놓으며 전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약간은 신비주의를 추구하는 디어클라우드
■ 눈을 감아도 그려지는 공감각적인 음악
리듬파트의 이랑(베이스)와 토근(드럼), 좌 정아(건반),우 용린(기타)으로 짜여진 밴드의 중심에는 '나인'이라는 보컬이 포진하고 있다. 마치 잘 짜여진 장기판 같다. 좌우 어느 쪽이 먼저 치고 나가도 근사한 음악이 만들어진다. 피아노가 먼저이건 기타가 먼저 나오건 100% 몰입을 보장하는 근사한 무대매너까지 갖추고 있다.
디어클라우드가 공연할 때 살펴보면 대부분의 관객들이 눈을 감고 있다. 필자가 지금까지 음악하며 최고의 가치로 손꼽아온 청중과의 교감, 그리고 추억의 공유를 디어클라우드는 한번도 빼먹고 연주한 적이 없다.
홍대의 또 다른 매력포인트 디어클라우드
멤버 전원이 서울 예술대학 출신으로 적당한 활동 장소를 물색중이던 이들에게 홍대앞은 유일한 안식처였다.
복잡한 사연을 갖지 않은 밴드가 어디 있을까? 그 사이에 필자가 목격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그들의 공연과 음악을 기다리는 팬들이었다. 끊임없이 디어클라우드의 음악을 갈구하던 팬들의 묵묵한 기도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디어클라우드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내가 꼭 한번 얘기하고 싶어했던 사람이 '빙의'가 되어 내 앞에 서 있곤 한다. 바로 이것이 디어클라우드 음악의 최대 장점이자 동화 같은 음악 이야기의 핵심일지 모른다.
판타지 밴드 디어클라우드
■ 작사가 김용린, 그리고 보컬 나인
필자는 김용린의 날카로운 기운을 수차례 느껴본 적이 있다. 그는 이른바 밴드의 스토리텔러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를 밖으로 뿜어내는 보컬인 '나인'이 존재하고, 그 화선지에 먹을 뿌려 공간과 여백을 만들어내는 세 명의 연주자들도 있다.
지나치게 화려하지도 신비롭지도 않던 밴드의 리더인 김용린에게 이 밴드는 어떠한 의미였을지 쉽게 짐작가지 않는다. 그가 만들어낸 노래와 가사 그리고 사운드에서 그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전 멤버가 모두 작사가이며 작곡가로 활약중이다. 디어클라우드만의 음악적 배경에 어떤 공통분모가 있음이 틀림없다는 얘기다. 가끔 들려오던 멤버간의 불협화음도 10여년이나 서로를 공부해온 덕에 둥글둥글해졌을 것을 기대한다. 마치 봄여름가을겨울의 동반자를 위한 연주 '외로움의 파도'나 양희은 선배의 노래 속 '고갯마루'처럼.
그들의 팬 사이트를 뒤적거리며 내 스물아홉 청춘에도 수놓아졌던 'fly fly fly'와 '어떻게도'를 인상깊게 다시 듣는다. 필자 역시 그들의 공연일정을 반드시 메모해 놓고 홍대 앞의 어느 공연장 맨뒷자리에서 벽에 기댄 채 눈을 감을 것이다.
김마스타 / 가수 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