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승장에서도 매수하는 연기금, 6조∼9조 원 더 사들일 듯
주목할 것은 연기금의 매수 패턴이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 주가가 급락할 때 주식을 사들이는 저가 매수 전략을 주로 썼지만 최근엔 상승장에서도 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 원 넘게 주식을 순매도했던 연기금은 올해 상반기 총 3조665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코스피 1,700 선 이상에서만 전체 매수 규모의 45%에 해당하는 1조6443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7월 9일 코스피가 1,700을 돌파한 뒤 연중 최고점을 경신해가는 상황에서도 27일까지 6452억 원을 순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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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투자증권은 국민연금의 올해 주식 투자 목표치(16.6%)를 감안하면 하반기 9조 원 이상의 추가 매수 여력이 남았다고 추정했다. 김중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이 올 하반기 6조∼8조 원, 내년 12조 원 규모의 주식을 추가로 사들일 것”이라며 “지금처럼 절대 주가 수준에 연연하지 않는 매수 패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5년간 연기금은 주로 3분기에 매수 규모를 늘렸다”고 분석했다.
○ 상반기 주도주에서 소외주로 눈 돌려
연기금이 최근 공략 대상을 바꾼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 4∼5월 연기금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상반기 주도주인 IT와 자동차주를 대거 사들였다. 하지만 6월 이후 이달 23일까지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주 △신한지주 우리금융 등 금융주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주 △효성 OCI 등 화학주를 집중적으로 샀다. 이 기간 하이닉스, 현대차, LG전자, 삼성전자는 대거 팔았다. 신영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 철강업종은 저평가 매력에 2분기 양호한 실적까지 더해지며 주목받고 있고 금융주는 금리인상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되면서 반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연기금 매수가 집중되는 종목이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도 연기금 순매수 상위 50개 종목은 평균 12.34% 오르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5%)보다 훨씬 높았다. 김중원 연구원은 “외국인은 매수세가 강하지만 환차익에 대한 기대로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원화 약세의 수혜를 받는 IT, 자동차 등 수출업종에 주로 투자하고 해외 상황에 따라 변동성도 크다”며 “반면 연기금은 가입자 혜택을 위해 자산 증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의 실적보다는 장기적으로 종목을 고르고 투자한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