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장 민병덕-KB금융 사장 임영록■ 컨트롤타워 정비된 KB금융그룹 앞날은
○ KB금융 위기의식 반영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최근 1년간 관치(官治)금융 논란, 이사회의 난맥상 등으로 지주회사 체제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룹 자산의 90%를 차지하는 국민은행은 2분기에 대규모 적자까지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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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민은행은 정당의 파벌 또는 계파를 판박이 하듯 옛 국민은행, 주택은행, 장기신용은행, 국민카드 출신들의 ‘끼리끼리 사내 문화’가 형성돼 “은행이 아니라 꼭 정치판 같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행장 인선에도 계파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오가기도 했다.
옛 국민은행 출신을 대표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민 내정자가 앞으로 어떻게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 내정자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 회장의 금융 식견,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저의 영업능력을 접목시켜 글로벌 은행으로 우뚝 솟도록 신명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자회사 간 시너지 강화
임 전 차관을 KB금융 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KB금융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중요 포인트다. 이 자리는 올해 1월 8일 김중회 전 사장이 KB자산운용 부회장으로 옮겨간 뒤 6개월 이상 공석이어서 “회장 체제로 운영되는 탓에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자리”라는 자조 섞인 비판이 KB금융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관료 시절 금융은 물론 거시경제, 세제(稅制), 통상, 남북경협 등을 두루 섭렵한 임 사장의 영입 소식에 이런 비판은 “조기에 조직을 안정시키고 앞으로 있을 금융산업 재편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으로 바뀌고 있다. KB금융 내부에서는 어 회장이 임 사장에게 KB금융의 미래전략 수립과 경영효율화 작업을 맡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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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 수술 본격화
KB금융의 컨트롤타워가 정비됨에 따라 어 회장이 ‘비만증을 앓는 환자’라고 진단한 KB금융에 대한 ‘수술’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어 회장은 박동창 전 한국글로벌경영연구소장을 KB금융 부사장으로 최근 영입해 그룹변화혁신 TF 반장을 맡겼다. 박 부사장은 어 회장의 제자이기도 하다. TF는 외부 전문가 3∼5명을 포함해 90여 명으로 구성되며 길게는 1년 동안 KB금융의 전반적인 내부 개혁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 계열사 사장 인사도 조만간 마무리될 예정이다. 어 회장은 차기 행장 및 지주회사 사장 인사에 앞서 23일 8개 계열사 대표들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았다. 이 가운데 1, 2명은 교체되고 나머지는 재신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