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 일시까지 예고했던 부동산 시장 활성화 방안이 무산됐다. 20일 청와대 회의에 이어 21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을 불러 4자 회의를 열었으나 부처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정부는 정책의 신뢰성에 스스로 흠집을 냈고, 기대를 걸었던 국민은 실망감이 컸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에 대책을 내놓겠다’며 물러섰다. 총부채상환비율(DTI·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 규제를 완화하면 부동산 값이 오를지, 가계대출의 부실이 얼마나 커질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비수기라서 대책의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대통령비서실의 새 진용이 ‘집 가진 사람들을 위한 정책’으로 비칠 수 있는 대책을 회피한 측면도 있다고 한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유례없이 안정됐지만 거래는 마비 상태다. 6월 수도권의 아파트 거래는 8000건으로 DTI 규제가 제2금융권으로 확대된 지난해 10월 2만2500건에 비해 64%가 줄었다. 서울의 강북 14개 구는 73% 줄었다.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도 절반 이상이 감소했다. 수도권에서도 ‘부동산 불패(不敗) 신화’가 깨지고 미분양이 나왔다. 집값의 하향 안정세는 바람직하지만 시장이 죽다시피 해 이사를 제때 못 가 ‘거주 이전의 자유’가 제약받는 것은 큰 문제다. 정부가 부동산 비상(非常) 상황에 어떤 대응도 못한다면 1년 7개월째 달고 있는 ‘비상경제 정부’라는 간판이 무색하다. 거래 침체는 집 한 채만 가진 중산층 서민층의 삶을 위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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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정부의 부동산 대책 논의는 주택당국과 금융당국의 힘겨루기로 비쳤다. 경제정책팀장 격인 윤 장관이나 백용호 대통령정책실장이 조정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비상경제정부가 이름값을 하려면 국민의 가려운 곳을 제때 긁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