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강용석의원 제명… 재보선 의식해 속전속결 처리강의원 “허위보도… 법적대응”
성희롱 발언 논란으로 한나라당 윤리위원회에서 제명이 결정된 강용석 의원이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성희롱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당 윤리위 부위원장인 주성영 의원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강 의원의 경우는 중앙윤리위 규정에 따라 ‘당원으로서 당의 위신을 훼손했을 때’에 해당된다”며 “제명 조치는 징계 중 가장 엄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총 11명의 위원 중 7명이 출석했으며 전원이 제명 조치에 찬성했다. 의총에서 재적의원 3분의 2(112명) 이상이 제명에 찬성하면 강 의원은 출당(黜黨)돼 5년간 재입당할 수 없다.
이에 앞서 중앙일보는 강 의원이 16일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 20여 명과 저녁을 먹으면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하겠느냐” “(청와대 방문했을 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옆에 사모님만 없었으면 네 (휴대전화)번호도 따갔을 것” 등의 발언을 했다고 20일 보도했다.
그는 또 “(해당) 여학생과 직접 통화해 (그 학생이) 보도된 발언을 들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 여학생은) 어제 해당 기자의 질문에도 ‘그런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당 윤리위는 당시 강 의원과 자리를 함께한 대학생들과는 접촉을 하지 못했고 언론 보도를 토대로 제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은 “(관련 보도만으로도) 당의 위신을 크게 훼손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사안이 중대하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신속하게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 의원 측은 “사실 확인도 안 된 사안에 대해 제명 조치를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내일 윤리위에 재심을 신청하고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민·형사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해당 여학생과 당시 동석했던 대학생들과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대부분 휴대전화를 꺼놓거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한 학생은 “당시 왁자지껄한 상황이어서 강 의원의 대화 내용은 잘 모른다”며 “해당 학생은 사회적 이슈가 된 것에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동아일보 이종승 기자
▼ 아나운서聯-여성단체 “의원직 사퇴하라” ▼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4개 단체는 20일 “강용석 의원은 성희롱 발언 사실을 명백히 밝히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강 의원의 발언 내용은 더 언급할 필요도 없이 명백히 성희롱이고 성차별이며 명예훼손”이라며 “강 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을 명백히 밝히고 책임지고 사퇴하는 일뿐”이라고 주장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제명당한 강용석 의원은 ▼
‘군살없이 섹시한 박근혜’ 2005년 黨홈피에 글
변호사 출신의 초선 의원. 경기고 졸업 후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인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다. 아시아인 최초로 하버드대 로스쿨 학생공동대표를 맡았다. 1998년부터 5년 동안 참여연대에서 경제개혁센터 집행위원으로 재벌개혁과 소액주주운동을 펼쳤다. 특히 2001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씨가 삼성전자 상무보로 임명된 것을 정면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2000년 다른 변호사들과 함께 ‘소액주주 소송 전문로펌’을 만들기도 했다. 1999년 ‘컴퓨터Y2K(밀레니엄 버그)’의 법적 문제를 국내에서 처음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당 홈페이지에 올린 ‘섹시한 박근혜’란 글에서 “군살 하나 없이 날씬한 몸매에 애도 없는 처녀인 박근혜에 대해 섹시하다는 표현만큼 적당한 말을 찾기 어렵다”며 “많은 유부남들이 박근혜의 완벽한 아치 모양의 허리에 감탄을 금치 못했을 것”이라고 써 논란이 됐다.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중앙선대위 법률지원팀장을 맡았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