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中변수에 줄곧 출렁
그 결과 사과와 책임자 처벌, 국제 공조하의 대북제재라는 우리 정부의 호언과는 달리 중국의 벽에 막혀 유엔 의장성명은 공격 주체를 명시하지 못했고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을 ‘유의한다(take note)’고도 했다. 우리 정부가 의장성명에 담긴 행간을 적극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북한도 이를 외교적 성과라고 자평한 것에 비추어 보면 그 성과는 빈곤했다. 결국 꽃다운 장병들이 희생된 천안함 사건은 중국 등 주변 강대국의 몸값을 높여주고 남북관계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어렵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사과 없이 6자회담 없다’는 우리의 출구전략도 무색해져 버렸다.
국제정치에서 현실주의는 인간들의 집단 간 관계가 영구평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데에서 출발하고 인간 본성에 기초한 국제정치의 본질을 권력정치로 간주한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노선도 현실주의에 기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유독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접근할 때에는 ‘바람직한 것을 해야만 하는 일’에 관여해야 한다는 자유주의적 태도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중국 부상이 만든 한반도의 촘촘한 그물망을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국과 공존전략 마련 시급
천안함 사건은 중국과 공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일깨워 줬다. 대나무가 곧게 자라는 것은 매듭을 만들며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한중 간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그것을 매듭으로 만들어 양국 관계의 규범으로 정착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양국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맺고서도 결정적 순간에는 전략을 공유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을 불편하게 보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동양의 현실주의는 인간의 삶이란 제약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이라고 가르쳐왔다. 중국 없이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중국의 위협을 넘어 대담하고 새로운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동맹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