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 14명에 대한하버드 철학도들의 인터뷰
◇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하버드 철학 리뷰 편집부 엮음·강유원 최봉실 옮김/363쪽·1만8000원·돌베개
하버드 철학 리뷰는 학부생이 만들지만 저명한 철학자의 에세이와 인터뷰, 하버드대 학생들의 소논문을 소개하는 전문 학술지로 인정을 받으며 1000곳 이상의 도서관과 대학, 학자들에게 배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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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롤스의 인터뷰는 그가 평생 한 단 세 번의 인터뷰 중 첫 번째다. 다른 두 번도 학부생이나 학과 졸업생들과 한 인터뷰였다. 1971년 출간한 ‘정의론’은 민권운동 직후 베트남전쟁 중 출간돼 ‘정치적 정의’의 학문적 연구에 목말라 있던 당시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는 비판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그 비판으로 인해 상당한 고통을 느꼈지만, 그 덕분에 저의 관점을 좀 더 타당한 형식으로 주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학생이 그에 대한 학문적 비판과 반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롤스가 답한 말이다. 뇌중풍이 여러 차례 재발했지만 사망 직전까지 자신의 사상을 끊임없이 보완하며 저서를 출간한 노(老)학자의 면모가 이 겸허한 대답에 드러난다.
정치철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 롤스는 “우리 같은 유권자로 구성된 시민들에게 말을 거는 것”이라며 “가능한 한 내용을 명확히 해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회의 요구에 응답하고 소통하는 것이 학문의 의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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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도 소설가이기보다 철학자로서 인터뷰에 임한다. “정신에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것이 무엇이건, 그것이 작은 땅속 요정의 춤이라 해도 ‘어떤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 이것, ‘어떤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한다’가 기호의 정의이며 고대부터 전해지는 기호학적 과정의 정의이기도 합니다.” 기호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그의 답이다. 그는 철학적 에세이를 쓸 때는 단일한 결론에 도달하려 하고, 소설을 쓸 때는 ‘다수의 결론이 나올 수 있는 사실’을 재현하려 한다고 자신의 작업을 설명한다.
코넬 웨스트 프린스턴대 교수의 인터뷰는 ‘철학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으로 읽을 만하다. 그는 책에 실린 학자들 중 유일한 흑인으로 철학 외에 인종, 성, 계급문제도 연구한다. 웨스트 교수는 “화성인이 내려와 미국의 그 위대한 철학자들의 저작을 읽는다면 인종문제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할 것”이라며 철학은 사회현실에 관한 학문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비겁함은 권위주의 정치의 실질적인 바탕이 됩니다. 비겁함은 증오와 병행합니다. …현재를 정말 대체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에 사람들은 타락하거나, 움직이지 않거나, 서두르거나, 질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신뢰할 만한 대체물’을 만들어내는 지적 용기가 철학의 전성기를 만든다고 강조한다.
인터뷰는 미국 학계의 주류인 분석철학과 프랑스, 독일 학계의 주류인 대륙철학의 관계, 철학사 연구의 필요성, 인식론적 회의주의에 대한 논의 등 다양한 주제를 포괄한다. 학자 14명은 공통적으로 ‘철학이 현실에 대해 사유해야 하며, 사유의 힘은 고전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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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