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속 아동폭력에 전문가 우려“일상생활서 폭행에 둔감해질 수도”
KBS2 ‘구미호 여우누이뎐’에서 우물에 갇힌 연이의 모습. 연이 역을 맡은 아역 배우 김유정은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 “우물 신을 찍다가 숨이 막히고 코에 물이 들어가 울었다”고 고백했다. 사진 제공 KBSi
가해자 초옥과 피해자 연이의 극 중 나이는 만 9세, 실제 연기자는 12세와 11세 어린이들이다. 아직 솜털도 가시지 않은 어린 배우들은 앞으로 간을 빼앗긴 채 처참하게 죽는 독한 연기까지 해내야 한다.
드라마 속 아역들이 감당해야 하는 폭력 장면이 갈수록 선정적이고 자극적이 돼 가고 있다. 예전에는 어린이가 학대당하거나 죽는 모습은 영상화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금기는 영화계에서 일찌감치 깨졌다. 2003년 개봉작 ‘바람난 가족’과 ‘4인용 식탁’은 어린이가 잔인하게 살해되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해 평단의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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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학대 문제에 둔감해져서인지 이제는 이런 장면을 탓하는 시청자도 많지 않고 방송사는 도리어 문제의 장면을 홍보하는 보도자료까지 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TV 드라마의 도를 넘은 아동 학대 묘사가 일상의 폭력 증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한다.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은 “(문제의 장면을 본) 사람들이 아이들을 해치는 게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일상의 폭력에 둔감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 원장은 “영화는 내 의지로 보는 것이지만 드라마는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기도 한다. 더구나 가족이 함께 보기 때문에 그 폐해는 영화보다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실험집단에게 폭력장면을 보여준 뒤 축구를 하게 하면 반칙이 더 증가하는데 이를 관찰학습 효과라고 한다”며 “폭력적인 드라마 장면은 부모의 뇌리에 잠재돼 있다가 아이가 잘못했을 때 부모가 과도한 반응을 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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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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