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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경원]세계인 감동시킬 서울 거리를 꿈꾸며

입력 | 2010-07-14 03:00:00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귀국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외국인 신사의 손에 들린 신문의 제목이 눈에 띄었다. 반쯤 접힌 신문에 ‘Good design touches…’라는 단어가 있어서 호기심에 사로잡혔다. 나머지 부분에는 어떤 단어가 있을까. 그 신사가 신문을 다 읽고 내려놓았을 때 잠시 빌려 볼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가져가라고 했다. 펼쳐 보니 나머지 부분에는 ‘the Soul’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Good design touches the Soul, 즉 ‘좋은 디자인은 영혼을 감동시킨다’라는 제목이다.

다국적 회사에서 국제소통 부사장 및 창의디렉터로 일하는 40세의 여성을 인터뷰한 기사였다. 영국 런던 첼시 지역에 있는 방 세 개짜리 집에서 헤지펀드 매니저인 남편과 세 아이를 키우는 그는 2005년에 집을 구입하여 디자인했다. 식당과 거실 사이의 벽을 헐어 가족 공간을 크게 만들고 전통적인 것을 선호하는 남편과 현대적인 자신의 취향을 잘 조정하여 주름 장식이나 꽃무늬가 없는 안온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전문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좋은 디자인은 사람의 마음을 순화시켜준다. 서울의 디자인시정은 아름다운 도시 경관을 조성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개성 없는 건물, 원색조의 간판, 지저분한 가로시설물, 현란한 조명, 성냥갑 같은 아파트 단지가 그려내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부정적인 인상만을 남긴다.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와 경쟁할 수 있는 맑고 매력 있는 세계도시로 거듭나려면 시각적인 공해를 원천적으로 해소하여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게 디자인해야 한다.

사람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좋은 도시 디자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뉴욕 시카고 파리 등 세계적인 도시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과 도시 경관은 오랜 기간 일관성 있는 도시 디자인정책을 부단히 추진한 결과이다.

특히 공공부문의 디자인정책은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배려하는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도시 디자인은 겉멋내기나 외관을 가다듬는 성형이 아니라 그 자체의 본질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호박에 줄친다고 수박되나’라는 속담처럼 화장술로는 눈요깃거리를 만드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시민 고객을 배려하는 디자인이 많은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안겨주는 좋은 디자인의 출발점이다.

정경원 서울시 디자인서울 총괄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