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극은 국제결혼중개업자가 결혼 희망자에 대한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하는 국제결혼중개 방식의 제도적 결함에서 비롯되었다. 국제결혼중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을 걸러내는 장치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신상정보조차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과 결혼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국회는 국제결혼중개 시 중개업자로 하여금 결혼 당사자 간 주요 신상정보를 서면으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중개업자는 이용자와 결혼중개 상대방으로부터 혼인 경력·건강 상태·직업·범죄 경력을 제공받아 각각 상대방과 이용자에게 서면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4월 28일 통과시켰다. 이 법률은 11월 17일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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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서울의 국제결혼중개업자가 2008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직업과 일정한 거주지가 없는 한국인 남성을 동원하여 베트남 여성 26명과 위장결혼을 주선하여 한국에 입국시킨 후 성매매에 종사하도록 알선한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다. 국제결혼중개를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을 규제하는 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에 이 같은 범죄행위가 가능했다. 개정된 법률은 국제결혼중개업법의 규제 장치를 강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법의 규제를 피하려는 약삭빠른 국제결혼중개업자의 탈법 행위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의 국제결혼중개업법은 사회적·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 중 일부에 대해서는 국제결혼을 알선할 수 없도록 규제한다. 대만의 국제결혼중개업법령은 비영리 사단법인 또는 재단법인만 국제결혼중개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개인이나 기업의 참여를 배제한다. 두 나라에서 국제결혼중개업 종사자는 결혼 당사자 쌍방의 신상정보를 확인하고 공증해야 할 의무를 진다.
미국과 대만 의회가 강경한 조처를 취한 것은 일부 악덕 국제결혼중개업자가 공공의 안녕과 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자국인이 국제결혼한 배우자를 부양할 경제적 능력이 안 되는 경우, 외국인 배우자에게 국민의 배우자 사증을 발급하지 않는다. 그 나라 국제결혼중개업자는 직업과 일정한 거주지가 없는 자는 배우자 사증 발급이 거부될 것이 명백하므로 고객으로 받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국제결혼중개업 제도와 운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한국인 모두가 17만 결혼이민자와 배우자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갖고 이들과 소통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결혼이민자의 출신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질책할 일이 있을 경우에는 남의 가정사라고 방관하지 말고 지방자치단체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또는 사회복지기관에 연락하여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그것이 다문화사회에서 우리가 더불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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