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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로 유라시아 횡단-⑥] 몽골 울란바타르 입성

입력 | 2010-07-09 13:38:32



■ 여정 : 러시아 치타(6월18일)~울란우데(6월19일)~울란바타르(6월20일)

이른 아침 치타를 떠나 울란우데로 향했다.

울란우데는 러시아내 부리야트 민족 공화국의 수도이다. 부리야트는 러시아 서남쪽 칼미키야 공화국과 함께 라마불교 공화국으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몽골민족에 속하며 외양이 한민족과도 흡사하다.

러시아는 수많은 민족이 융화되어 있는 나라이고 지역마다 독특한 풍습과 문화를 지니고 있다. 울란우데 또한 러시아에서 색다른 러시아를 볼 수 있는 지역이다. 울란우데까지 650Km를 10시간 안에 도착하기로 마음먹고 아침 7시 치타의 호텔에서 출발했다.

이날 오전은 팀원 모두 졸음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라이딩이 20분을 넘지 못하고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 길가에서 휴식했다. 오후 5시면 울란우데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오후 5시가 되도록 400km도 달리지 못했다.

이렇게 된 김에 울란우데를 가지 말고 내리달려 바이칼에 가서 캠핑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해가 10시쯤에나 떨어지니 바이칼의 석양을 구경하자는 것. 미련이 남았나 보다. 목표는 750km 주행으로 늘어났고, 5시간동안 350km를 더 달려야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리 울란우데로 설정해놓은 GPS 기계는 앞장 선 로드를 울란우데 시내로 향하게 하여 헤매다 시간을 허비하게 됐다.

멀리 바이칼호수를 배경으로.


▶ 바이칼에 미련이 남아, 석양이라도 보자고…

떨어지는 해를 쫓아 달려 밤 10시 반에야 가까스로 바이칼 호수에 이르렀다. 고대했던 석양을 놓치자 허탈해졌고 이내 탈진 상태가 되었다. 모터사이클은 고속에서는 안정적으로 서 있지만 저속에서는 균형을 잃고 쓰러진다. 특히 짐이 많은 우리 일행은 조금만 기울어도 그 무게를 감당하기가 버겁다.

700km 이상 주행한 날엔 마지막 숙소를 잡으러 저속으로 움직일 때 여기저기서 쿵하고 넘어진다. 한번 넘어지면 무거워서 혼자서는 못 일으켜 세운다. 모두 정지 한 후 가서 함께 일으켜 세워야 한다. 이러기를 반복하면 남은 힘은 다 소진되고 서로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어둑어둑한 노을 속 바이칼 호수가 살짝 보이는 곳에 텐트를 치고 간단하게 라면으로 요기를 한 후 다시는 700km 주행은 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곯아떨어졌다.

도로 변에 누워 잠시 취침 중인 대원.


다음날 아침 9시. 다들 무리를 한 탓에 늦잠을 잤다. 국경까지는 350km이고 토요일이라 오늘 국경을 넘지 못하면 월요일에나 넘을 수 있다. 오후 3시까지 단축근무를 한다는 정보도 있었다. 서둘러 채비를 했다. 가는 길에 바이칼 호수에 멈춰 세수를 하고 사진을 찍고 달렸다. 오후 3시까지 5시간 안에 350km를 주파해야 했다.

울란우데와 국경가는 길의 갈림길 직전 검문소에서 우리를 세웠다. 바이크를 세우고 서류를 챙겨 모두 검문소로 올라갔다. 그동안 수차례 검문을 거친 우리는 러시아 말로 물어오는 질문에도 원하는 서류를 척척 내밀 정도가 됐다.

모든 서류를 받아든 부리야트 출신의 경찰은 웃으면 한국과 아르헨티나 축구경기 얘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첫 번째 서류를 보기 시작하더니 마음이 바뀌었는지 서류를 다 훑지도 않고 건네주며 가도 된다고 손짓을 했다. 허탈했지만 하루 종일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인 업무를 하고 있는 그들도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몽골 울란바타르에 도착한 기념으로.


▶ 언덕과 초원이 연이어진 몽골에 입성

이래저래 시간을 뺏긴 우리는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가득 채우고 다시 달렸다. 바이칼 호수에서 몽골의 국경까지는 지금까지 달린 시베리아와는 또 다른 풍경이다. 언덕과 초원이 이어졌다.

50분 주행에 10분 휴식으로 끊임없이 달린 우리는 오후4시 기름이 바닥 나기 바로 직전에 국경 마을에 도착했다. 문을 닫았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출국사무소에 도착한 우리는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을 보고, "아 이 늦은 시간에도 근무를 하는구나"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출국사무소 앞에 길게 늘어선 차량에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직원은 하나하나 꼼꼼히 검사를 하고 있었다. 차량은 10여대이지만 사람은 족히 100명은 넘어 보였다. 우리는 우리가 잘 보일 수 있도록 차량을 살금살금 앞에 빈 공간으로 빼냈다. 우리를 발견한 직원은 손짓으로 우리를 부르고 여권을 확인하고 먼저 들어가게 해줬다.

출국사무소 안에는 호주 라이더들이 앞에서 수속을 밟고 있었다. 가볍게 인사하고 상냥한 직원에게 원하는 서류를 모두 건네주었다. 몽골 방향 입국사무소도 친절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별 무리 없이 웃으면서 두 시간 정도 휴식을 즐기며 출입국 수속을 완료한 우리는 이제 몽골 초원을 달릴 수 있었다.

몽골 국경을 건너며.


넓은 초원과 언덕의 울란바타르로 향하는 도로는 멀찍이서 보기에는 좋으나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중간 중간 움푹 파인 곳들이 많았다. 모터사이클이 빠진다면 손상을 받을 수도 있는 깊이여서 긴장을 하고 달려야 했다. 팀원 중 두 명은 무리하게 가지 말고 중간에 캠핑을 하자고 하고 두 명은 울란바타르까지 가서 호텔에 가서 자자고 했다.

결국 울란바타르까지 350km를 갔다. 바로 어제 그렇게 다짐을 하고도 오늘 바이칼 호수부터 울란바타르까지 700km를 운행한 셈이다. 밤에 도시에 들어가는 것은 힘들고 위험한 일이다.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타르의 도로는 지금까지의 도로보다 더 형편없이 파여 있었고 운전자들은 난폭하기 그지없었다.

밤 12시 시내 입구에 다다른 우리는 여행사를 운영하는 동호회 회원의 친구인 곽 대표의 도움으로 숙소를 잡고 야식을 하는 한국 식당으로 가서 삼겹살과 김치찌개로 늦었지만 막내의 생일파티를 해줬다. 막내는 생일날 러시아부터 몽골까지 달리는 피곤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했다.

울란바타르에서는 달콤한 휴식을 취할 시간이 없었다. 몽골의 사막을 달리기 위해서는 모터사이클을 정비해야 했다. 모터사이클 두 대에 오일과 엔진온도에 관한 경고등이 들어와 있었다. 바퀴 또한 오프로드용으로 바꿔야 했다.

세차중인 바이크.


먼저 정비 전에 깨끗이 세차부터 하기로 했다. 울란바타르 세차장에서 2500원을 주고 말끔히 세차를 하자, 경고등은 모두 꺼졌다. "세차경고인가?"하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지만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타이어를 교환하기 위해 곽 대표의 도움으로 일요일 문을 연 정비소를 찾았다. 타이어를 교환하고 나니 이미 오후가 다 지나가 버렸다. 가까운 전망대에 올라 울란바타르 시내를 바라보고 몇 장의 기념사진을 찍고 관광은 마쳐야 했다.

▶ 몽골에 불고 있는 한류 붐,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배려하나

울란바타르와 몽골 사람들은 한국문화에 푹 젖어 있는 듯했다. 한국식당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아 보였다. 한국 식당에서 마주친 몽골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단연 삼겹살이 최고 인기 메뉴였다.

몽골인 10명 중 1명은 한국말을 할 줄 안다고 한다. 각자 쓰는 말의 발음은 확연히 틀리지만 같은 어원을 가진 민족이라 어순이 똑같고, 특히 몽골인은 언어 학습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골칫거리지만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국민의 행복지수는 무척 높다. 앙숙 관계인 중국인을 제외하면 외국인들에게 무척 개방적이다. 특히 한국 드라마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최근 방영한 모 드라마는 시청률이 무려 80%였다고 한다. 한국을 이렇게 좋아해주는 나라가 있을까. 과연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많은 몽골 노동자들에게 우리는 잘 해주고 있는 걸까.

치타 = 이민구(유라시아 횡단팀 '투로드' 팀장)
정리 = 정호재 기자

투 로드팀의 진행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