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더라?” 슈퍼주인은 어리둥절“올랐어요?” 소비자들은 부글부글
포장에는 가격이 적혀 있지 않았다. 기자가 “누가바가 1000원이나 해요? 언제부터 1000원이에요?”라고 묻자 “이번에 가격표시를 없애면서 가격이 올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달부터 권장소비자가격 표시 안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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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가 정하는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금지하고 판매자가 가격을 정하는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확대 시행된 지 1주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슈퍼마켓 6곳과 대형할인점 4곳 등 10곳을 돌아본 결과 대부분의 소규모 상인은 “상당히 혼란스럽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 구멍가게 주인의 불만
“권장판매가격 없애면서
과자-빙과류값 엄청 올라
영업사원에게 이유 물으니
그 사람도 잘 모르더라고”
1999년 신사정장 숙녀정장 아동복 등에 처음 적용된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이번에 의류 전 품목(247종)과 가공식품(아이스크림, 빙과류, 라면, 과자 등 4종)에 확대 적용됐다. 제조업체가 가격을 정하지 않고 판매자들의 자유로운 가격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부분의 슈퍼는 제조업체 영업사원이 말해 주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판매하고 있어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 효과를 찾기는 어려웠다. 일부 아이스크림과 과자류는 오히려 권장소비자가가 없어지면서 값이 올라 소비자들도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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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프라이스 제도는 가격경쟁력이 약한 소규모 점포에 상당히 불리한 제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진혁 연구원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동네슈퍼들은 공동구매, 공동마케팅 식으로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이미 가격 결정을 대부분 스스로 해왔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오픈프라이스가 소비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정도로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의류 품목은 1999년부터 이 제도가 시행돼 왔지만 기자가 6일 시내 대형 백화점 본점에서 만난 의류 판매사원은 대부분 오픈프라이스가 적용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또 상당수 의류는 제조업체의 가격태그가 판매업자 가격태그와 함께 붙어 있었고 일부는 바코드 밑에 ‘69’(6만9000원이란 뜻) 또는 ‘ITEM CODE:0000159000’(15만9000원) 식으로 가격을 편법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매장 직원들은 “제조사 가격태그가 있어야 재고관리나 환불할 때 편리하다”며 “왜 가격표시를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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