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는 고장 자동차의 표지, 일명 삼각대를 항상 휴대하고 고속도로에서 고장 등의 사유로 차를 운행할 수 없을 때 100m(밤에는 200m) 뒤에 설치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교통안전 기획기사를 7년 동안 담당하고 2권의 책을 썼으면서도 말이다.
법규를 모르거나, 알면서도 지키지 않는 태도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의 단면이다. 나부터 그렇다. 약속에 늦다 싶으면 교차로 정지신호에서 주위를 살핀다. 교통경찰이 없으면 슬쩍 지나가려고. 야유회 전세버스에서는 ‘아파트’와 ‘네박자’를 흥겹게 부르는 선후배를 말린 적이 한 번도 없다. 대형사고 운운하며 나섰다간 ‘또라이’ 소리를 들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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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수 기간에는 깜빡이를 켜지 않고 갑자기 끼어드는 차를 쫓아가서 같은 식으로 보복해야(?) 직성이 풀렸다. 재수 없게 이역만리에서 총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제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총을 갖고 다닐 운전자가 없다고 안심해서인지 단거리 레이싱을 완전히 그만두지 못했다.
교통법규를 자주 어겼지만 사고를 내거나 당하지 않았다. 운이 좋았던 편이다. 하지만 모든 운전자가 나처럼 운이 좋은 건 아니다.
작년에 국내에서 교통사고로 5838명이 죽었다. 하루에 16명. 다친 사람은 36만1871명이다. 한 시간에 41명. 2005∼2009년의 부상자는 171만9201명이다. 경찰에 신고 않고 보험 처리한 건수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2∼3배 많다.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는 2.9명으로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2배 수준이다.
정치인의 뇌물수수 사건을 보고 손가락질하기는 쉽다. 연예인의 음주운전에 대해 욕을 하기는 쉽다. 하지만 평범한 시민이 일상생활에서 법을 항상 지키기는 쉽지 않은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함을 통계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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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교 교통사고의 교훈은 평범하다.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면 법을 지키라는. 법 없이도 사는 사람보다는 법을 지키는 사람이 칭찬받는 사회로 가야 한다는. 경찰이 스티커를 꺼낼 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있냐고 투덜거리면 곤란하다는.
자동차 운전자가 삼각대를 휴대하지 않으면 2만 원, 차가 고장 났을 때 설치하지 않으면 4만∼5만 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도로교통법 제66조와 67조. 삼각대부터 구해야겠다. 시속 100km 이상으로 차가 질주하는 한밤의 고속도로를 200m나 걸어가서 설치할 용기가 생길지 모르지만.
송상근 오피니언팀장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