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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다이어리]이청용 나이지리아전 타박상

입력 | 2010-07-06 03:00:00

GK와 충돌 뒤 못 일어나 ‘철렁’
나중에 보니 스파이크 자국 선명

일반인은 걷지도 못할 아픔
투혼으로 이기고 다시 뛰어
결국 원정 16강 쾌거 이뤄내




이청용(왼쪽)이 지난달 23일 남아공 더반의 모저스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B조 3차전때 상대 골키퍼 빈센트 에니에아마와 부딪쳐 쓰러지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나이지리아와의 B조 3차전. 경기 초반 문전을 돌파하던 이청용이 상대 골키퍼 빈센트 에니에아마와 부딪친 뒤 일어나지 못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순간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상황을 예의주시했고 주심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평소 어지간해서는 그렇게 오래 쓰러져 있는 친구가 아니었다. 뭔가 잘못됐구나 생각하며 전력 질주해 뛰어갔다. 이청용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입술도 파랬다.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니 답을 못했다.

순간 등골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부딪친 부위로 봐서 ‘혹시 고관절 탈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완전히 끝장이었다. 16강에 가기 위해서 꼭 잡아야 하는 경기에서 팀의 핵심이 빠진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조심스럽게 좌측 고관절을 돌려 보니 다행히 탈구는 아니었다. 단순 타박상이었다.

고관절은 탈구되지 않는 한 큰 이상은 없다. 순간 가슴을 쓸어 내렸다. 최주영 재활팀장이 벤치에 괜찮다는 OK 사인을 보냈다. 타박상이라고 안심시키며 상처 부위에 냉각제를 뿌려주자 이청용은 몇 번 심호흡한 뒤 사슴처럼 팔딱팔딱 뛰더니 쏜살같이 다시 뛰어 나갔다. 그날 우리는 그토록 원하던 원정 16강이란 새 역사를 썼다.

다음 날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뒤 이청용의 몸 상태를 다시 점검했다. 이청용의 왼쪽 무릎부터 골반까지 상대 골키퍼 축구화 스파이크에 긁힌 자국이 세 줄이나 그어져 있었다. 허벅지에는 새파란 멍이 들어 있었다. 엄청 아팠을 것이다. 그래서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을 때 말도 못하고 얼굴만 하얗게 질려 있었던 것이다. 그 정도 상처면 일반인은 일어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청용은 참고 다시 일어섰다. 사상 첫 원정 16강을 위해 나이지리아를 꼭 잡아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투혼을 발휘하게 한 것이다. 고통을 참고 벌떡 일어나 다시 그라운드로 뛰어나가는 그의 뒷모습이 기억나면서 가슴이 찡했다.

비단 이청용만이 아니었다. 태극전사 23명이 모두 하나같이 원정 16강을 위해 똘똘 뭉쳤다. 양박쌍용(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을 비롯해 김남일 이운재 안정환 등 젊은층과 노장들이 잘 조화됐다. 이번에 선수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태극전사들의 애국심을 진하게 느꼈다. 하나같이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헌신했다. 그들은 진정한 애국자였다.

직접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저런 말을 한다. 아르헨티나와의 B조 2차전에서 1-4로 패한 뒤 인터넷에는 여러 설이 떠돌았다.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염기훈과 오른쪽 수비를 맡았던 오범석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뤘다. 그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위해 어떤 노력과 희생을 보였는지를 직접 지켜봤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필자는 현장에서 모든 것을 지켜봤다. 그들이 경기에 나서기 전에 어떻게 준비했고 어떤 고통을 감내했는지. 그런 결과물이 16강으로 나온 것이다. 태극전사들은 모두 박수 받을 자격이 있다.

대표팀 주치의·유나이티드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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