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배달된 두 가지 신문 중에서 어느 것을 먼저 보아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고 식사로 콩나물국에 밥을 먹을지, 아니면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 먹어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집을 나서면서 자가용을 탈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지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결정을 많이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그 하나하나의 선택이 내 삶의 질과 내용을 결정 또는 선점해 버린다는 데 있다. 주말에 산으로 갈까, 강으로 갈까 선택하게 되는데 그에 따라 주말의 삶은 달라진다. 산을 선택하면 등산복을 입고 산을 오르며 ‘야호’를 외치고 있게 될 것이며 강을 선택하면 강가에 텐트를 치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수면을 응시하고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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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의하면 사람들의 목소리가 서로 다르듯 선택의 방식도 다르다. 선택의 개인차는 물론이고 선택의 문화 차이도 존재한다. 이런 것이 구매 행동, 친교 행동, 사회적 행동 모두에 차이를 유발하는 변수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서로 다른 선택의 심리가 사람 모두의 각자 독특한 삶의 궤적을 만들어 낸다고 그는 역설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심리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자신의 삶과 다양한 실험을 사례로 들며 인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선택하며 그 선택이 어떤 삶의 궤적을 만들어내는지를 설명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저자에 따르면 선택에는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현명하고 효과적인 결정을 내려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 이 기술에 대한 설명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쉬나는 선택에 작용하는 심리적 기제를 둘로 나눈다. 하나는 자동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숙고시스템이다. 사람은 타고난 선택 경향성이 있다. 그것이 자동시스템이다. 즉, 사람은 누구나 배가 고프면 최우선적으로 음식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배고픈 엄마는 아이를 생각해서 자신이 먹지 않고 음식을 싸들고 집에 간다. 이는 숙고시스템이 작용하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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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미있는 사례가 가득한 실험보고서 같다. 줄잡아 100가지 이상의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연이어 나온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선택심리학의 비밀을 한 꺼풀씩 풀어내는 사명을 가지고 말이다. 흥미를 지속시키는 묘한 선택의 유혹을 지니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런 재미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간 우리가 간과했던 선택을 에워싼 흥미로운 현상은 많이 제시되어 있으나 잡다하다면 잡다한 실험 사례를 일관된 방식으로 설명해 줄 원리나 이론을 분명히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 한 권의 책 속에서 그 원리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책을 필자 이상으로 정독하는 사람에게는 그 실루엣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 실루엣 찾기를 너무 일찍 포기하지 않는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일 수도 있겠다.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