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부결 사태와 관련해 어제 “책임질 일에 대해서는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지난해 9월 3일 총리직에 지명되는 날부터 정부부처를 분할 이전하는 세종시 원안의 비효율성과 수정안의 필요성을 제기해 ‘세종시 총리’로 불렸다. 수정안이 좌절된 책임을 정 총리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총리 힘으로 충청권 주민을 설득하면서 노무현 정부와 정치권의 정략(政略)과 포퓰리즘이 결합한 오류를 시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해도 정 총리가 국가백년대계를 내세워 정치생명을 걸다시피 앞장선 국가 주요정책이 국회에서 거부된 마당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은 책임정치라는 측면에서나 입법부 존중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8월로 임기반환점을 도는 이명박 정권은 세종시 부결 과정에서 노출된 여당 분열로 사실상 여소야대라는 기형적 정치구조를 안고 국정을 운영해나가야 할 처지다. 이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적극 뒷받침할 수 있는 원내세력이 100여 석에 불과한 상태에서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 북한의 안보위협 대처 등 산적한 국정 현안을 풀어나가기 위해 정치권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14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여권 쇄신의 단초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각과 청와대가 민심을 반영해 대폭적으로 면모를 일신하지 않고서는 국민의 신뢰 회복과 국정 추동력의 회복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여권 일각에선 총리 교체와 전면 개각으로 다시 청문회 정국이 조성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정부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그런 소극적 방어적 발상으로는 난국을 돌파하기 어렵다. 능력 있고 신망 있는 인사들을 대거 기용해 감동을 주고 국정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야만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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