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드 前총리 지지율 급락에노동당, 총선용 카드 내세워
호주의 두 여걸 호주 역사상 첫 여성 총리와 첫 여성 총독이 한자리에서 만났다. 24일 총리 겸 노동당 새 대표로 선출된 줄리아 길라드 신임 총리(왼쪽)와 쀸틴 브라이스 연방 총독이 총리 취임식 후 캔버라 정부청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호주 정부
영국 출신의 줄리아 길라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49)이 호주연방정부의 신임 총리로 결정됐다. 호주 역사상 여성 총리는 처음이다.
노동당은 24일 캔버라 연방의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길라드 부총리를 노동당 새 대표 및 총리로 선출하는 데 합의했다. 길라드 총리는 케빈 러드 전 총리가 투표 직전 경선을 포기함에 따라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총리직에 뽑혔다. 또 노동당 부대표 및 부총리로는 웨인 스원 연방정부 재무부 장관이 선출됐다.
별명이 여장부인 길라드 총리는 어릴 적부터 강한 성격이었다. 애들레이드 고교생 시절 전 과목 A학점을 받던 길라드가 학생들을 모아 여학생을 차별한 물리교사에 항의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멜버른대에서 예술과 법을 전공하던 그는 1983년 역대 두 번째 호주학생연합(ANU) 여성 대표를 맡으며 학생운동을 시작했다. 1996년 당시 빅토리아 주 야당 대표의 보좌진으로 들어간 것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였다.
1998년 연방의회 하원 노동당 소속 의원으로 선출되면서 정치인생은 탄탄대로였다. 2001년부터 2년간 인구 및 이민담당 장관을 지냈고 2007년 11월 부총리 겸 교육 고용 노사관계부 장관에 뽑혔다. 이때부터 자신을 발탁한 러드 전 총리의 그림자 역할을 해왔다.
길라드 총리는 관료적이고 딱딱한 러드 전 총리보다 솔직하고 대중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때 70%였던 러드 전 총리의 지지율이 40%대까지 급락하자 노동당 내부에서 길라드 총리를 대안으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길라드 총리가 전 총리를 끌어내린 주요 원인이었던 정책 실패를 기대만큼 만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는 정책보다 리더십 스타일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혼인 길라드 총리는 현재 미용사인 팀 마티슨과 사귀고 있으며 자녀는 없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