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낭비 최소화 ‘블루 이코노미’ 전파하는 伊 군터 파울리 교수세제에 야자유 첨가했더니인도네시아 야자농장 파괴어설픈 친환경, 되레 자연 망쳐
커피나무에 표고버섯을… 버섯 찌꺼기로 돼지를… 커피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던 콜롬비아의 커피 재배농가들은 커피를 생산하고 남은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방식을 도입해 위기를 탈출했다.커피 재배농가들은 원두를 수확한 커피나무에서 표고버섯을 키우고, 버섯을 상품화하고 남은 표고버섯 찌꺼기로 소와 돼지를 사육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했다. 사진 제공 쓰레기제로배출연구소(ZERI)
이들이 찾은 아이디어는 원두를 수확한 커피나무에서 표고버섯을 키우는 것이었다. 버섯을 상품화한 뒤 남는 찌꺼기는 소와 돼지의 사료로 사용했다. 버섯 찌꺼기는 단백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효과가 좋았다. 99.8%의 쓰레기를 버리는 대신 또 다른 생산의 재료로 사용하는 자원순환 시스템을 도입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 것이다.
○ 자연에서 아이디어 얻는다
광고 로드중
파울리 교수는 기업인 출신으로 1994년 유엔대학(UNU)의 지원을 받아 ‘쓰레기 제로배출 연구소(ZERI)’를 설립한 뒤 유엔환경계획(UNEP)과 함께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는 사업 아이디어를 전 세계에 보급하고 있다. 이를 소개한 책 ‘블루 이코노미-10년, 100개의 혁신, 1억 개의 일자리’는 유럽의 미래 연구모임인 로마클럽의 보고서로 채택되기도 했다.
그는 블루 이코노미의 대표적 사례로 아프리카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 있는 쇼핑센터 건물을 소개했다. 유명 건축가 믹 피어스가 설계한 이 건물엔 에어컨이 없다. 하지만 외부 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찜통더위 속에서도 실내 공기를 서늘하게 유지한다.
비밀은 흰개미 집에서 빌려온 설계 아이디어에 있었다. 피어스는 흰개미들이 땅 속과 지면 위에 통풍구를 가진 모래탑을 세운 뒤 맨 위쪽의 통풍창을 열고 닫음으로써 공기를 순환시켜 내부 온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응용해 이 건물을 설계했다.
○ 친환경을 가장한 환경파괴 막아야
광고 로드중
유엔환경계획(UNEP)과 함께 자원순환을 극대화하는 ‘블루 이코노미’를 세계 각국에 제안하고 있는 군터 파울리 이탈리아 토리노 공대 교수. 사진 제공 UNEP
그는 “친환경 사업을 하는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환경을 파괴하고 있었다”며 “그때의 경험으로 친환경을 앞세운 기업들이 사실은 자연은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파울리 교수는 석유의 대안으로 여겼던 바이오 연료도 이와 유사한 맹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바이오 연료를 만드느라 옥수수가 대량으로 소비되는 바람에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가난한 국가는 식량위기에 빠진다는 것이다. 바이오 에탄올 활성화 입법을 주도했던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도 최근 펴낸 자신의 저서 ‘우리의 선택’에서 “바이오 에탄올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줄 몰랐다”며 “법안을 만든 것은 실수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