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한민국은 세계의 사랑방이 될 것이다. 여기서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규칙을 만들고 질서를 세우게 된다. 각국 정상은 세계경제의 미래를 고민할 것이다. 여기서 도출된 결과는 향후 세계경제의 전체 구도를 바꾸어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은 세계경제의 사랑방이자 손님을 맞는 주인이다. 정부는 지금 G20 국가의 하나로서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사랑방이 있어도 손님을 초대할 처지가 못 되었다. 100년 전에는 우리 집마저 남에게 내줘야 했고 60년 전에는 전쟁으로 온 집안이 쑥대밭이 됐다. 손님 초대는커녕 먹고사는 일마저도 남의 손에 의지해야 하는 때도 있었다. 구한말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을 낸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한국인들이 이 세계에서 가장 열등한 민족이 아닌가 의심했다”고 썼다. 가망 없는 민족이자 실패했던 나라가 꼭 100년 전의 우리였다.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환대’를 일컬어 이방인을 자기 땅에 받아들이는 자의 의무라고 말한다. 칸트에게서 환대는 손님을 맞는 주인의 자세를 넘어 다른 국가와 민족에 대한 긍정과 수용이라는 보편윤리로 확장된다.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환대의 윤리다. 환대를 뜻하는 영어 ‘hospitality’는 후하게 대접한다는 뜻과 함께 새로운 제도와 가치를 수용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세계와 통할 수 있는 시민의식이 있어야 글로벌 리더라고 부를 수 있다. G20 시대에 글로벌 윤리와 국가적 품격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김희범 G20정상회의 준비위원회 홍보기획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