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 시간) 폐막한 북미지역 최대 게임쇼 ‘E3 2010’ 전시장 풍경. 수백 명이 입구에 몰린 가운데 ‘창의력을 자유롭게 하다(Creativity unleashed)’라는 박람회 주제가 걸려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체감형 게임이 기술의 힘을 통해 새롭게 떠오른 사이, 일인칭 총싸움(FPS)게임 속 사람 죽이기는 더 독해졌고, 액션게임 속 몸싸움도 더 잔인해졌다. ‘팩맨’ ‘소닉’ 같은 추억의 캐릭터들은
■ 총 vs 춤 ‘한판 대결’
번지스튜디오가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360’ 용 총싸움 게임 헤일로-리치. 사진 제공 마이크로소프트
MS는 냉전시대 세계전쟁을 다룬 ‘콜 오브 듀티-블랙옵스’(개발사 트레이아크스튜디오), 인류와 외계종족 간의 전쟁을 다룬 ‘기어스 오브 워 3’(에픽게임즈), 역시 외계종족과의 전쟁이 주제인 ‘헤일로-리치’(번지스튜디오) 등의 FPS 게임들과 함께 키넥트용 리듬액션 게임 ‘댄스 센트럴(하모닉스)’을 ‘투 톱’으로 내놨다.
유비소프트가 개발한 닌텐도 ‘위’ 리듬액션 게임 저스트댄스2.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게임 개발사들 부스에는 마치 경쟁하듯 영화 같은 총싸움 게임 영상과 현란한 리듬액션 게임 시연회가 동시에 열렸다. 그러면서도 총 혹은 춤 등 한 장르를 은근히 ‘미는’ 경향을 보였다. 일렉트로닉아츠(EA)는 올해 총싸움 게임에 집중하겠다며 ‘메달 오브 아너’ 같은 대작 FPS 게임은 물론이고 총싸움 게임 전문 온라인 포털사이트 ‘건 클럽’도 공개했다. 액션 게임 ‘어쌔신 크리드’나 FPS 게임 ‘고스트 리콘’ 등 다소 무게감 있는 게임을 내놓던 유비소프트는 올해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주제로 한 리듬액션 게임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뭐든 신나게 베는 데 목적을 둔 코나미의 ‘메탈기어 솔리드 라이징’. 사진 제공 코나미
일본 게임 개발사 코나미에서 공개한 ‘메탈기어 솔리드 라이징’은 잔인함이 특화돼 주목을 끈 사례 중 하나. ‘잔다쓰(斬奪·참탈)’라는 부제가 붙은 이 게임은 주인공이 칼로 적의 머리와 몸은 물론이고 심지어 수박까지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죄다 벤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이 등장해 ‘베기 위해 태어났다(본 투 컷)’는 말을 남길 정도다. 또 워너브러더스인터랙티브가 공개한 격투게임 ‘모탈 컴뱃’ 9편은 사람을 그냥 죽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신체 부위별로 파손하는 기술을 게임 내 도입했다.
MS의 동작 인식조종기 ‘키넥트’를 통해 체감형 게임으로 재탄생한 일본 세가의 ‘소닉’.사진 제공 세가
닌텐도 역시 1986년 내놓은 액션 게임 ‘키드 이카루스’를 24년 만에 3D 버전으로 내놨다. 세가는 1990년대 대표 캐릭터였던 ‘소닉’을 16년 만에 닌텐도 ‘위’부터 ‘아이패드’와 아이폰까지 다양한 플랫폼으로 부활시켰다.
■ 깜짝 콘서트… 공포 분위기… 게임처럼 재밌는 업체들 홍보전
무조건 튀어야 살아남는 법. 업체들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소 불편한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올해는 북한 인민군을 앞세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마케팅도 등장했다. 카오스 스튜디오가 개발한 FPS 게임 ‘홈프런트’는 북한이 한반도를 통일하고 미국을 공격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배급을 맡은 게임사 THQ는 이 게임의 홍보를 위해 북한 인민군 복장을 한 100여 명의 사람을 출입구 앞에서 행군을 시켰고 북한 인공기가 그려진 대형 포스터를 박람회장 곳곳에 붙였다.
로스앤젤레스=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