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 고문 진정인 구치소 접견“얼굴 가리고 무차별 구타변호사 접견권까지 막아정말 살고 싶어서 진정”
“살고 싶었습니다.”
유리벽 너머에 앉은 남성의 음성이 스피커로 전해왔다. 구치소 접견실 유리벽 너머 마주 보고 앉은 기자에게 던진 첫마디였다.
17일 오전 10시 10분경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구치소. 3.3m² 남짓한 접견실 문이 열리자 연하늘색 수의를 입은 170cm 중반의 30대 남성이 들어왔다. 서울 양천경찰서 강력5팀에서 수사를 받다가 고문을 당했다고 3월 3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던 임모 씨(33)다.
16일 양천경찰서는 해명 브리핑에서 “임 씨가 3월 마약 특수절도 혐의로 검거될 당시 절도 후 공범들과 함께 여관에서 히로뽕을 투약한 뒤 서로 싸워 얼굴에 상처가 났다”고 했다. 이 내용을 기자가 알려주자 임 씨는 “경찰과 함께 병원에 갈 때까지만 해도 얼굴에만 상처가 있었지 몸에는 아무런 멍이 없었다”며 “경찰서에서 고문을 당한 뒤 온몸에 멍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임 씨는 이어 “팀장이 나더러 여죄 50가지가 있는데 27건을 네가 안고 검찰로 넘어가라고 협박했다”며 “영장실질심사 때 죄를 부인하면 너는 검찰로 넘어가기 전에 죽을 줄 알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흥분한 음성으로 경찰이 변호사 접견권까지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유치장에 있던 3월 30일 당시 경찰이 내가 ‘변호사 필요 없다’고 말한 걸로 위에 전했어요. 힘든 상황에서 살고 싶은 마음에 인권위에 진정을 냈습니다.” 임 씨가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벨이 울렸다. 미결수에게 허용된 접견 시간은 9분. 마이크 전원이 꺼져 소리가 더 들리지 않았다. “제발 살려주세요.” 목에 핏발이 선 임 씨는 면회 시간이 끝나자 힘없이 접견실을 나섰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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