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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 칼럼]서울 5대宮, 보존을 넘어 활용을

입력 | 2010-06-18 03:00:00

외국인에게 한국 알릴 관광의 명소
문화 체험-회의 공간으로 개방할 만




서울 경복궁 안에 있는 경회루의 내부를 올해 8월 15일 광복절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한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누각으로 꼽히는 경회루는 국보 224호로 지정돼 있다. 경회루는 2005년에도 개방된 적이 있었으나 건물의 안전 문제로 2년 만에 중단됐다. 최근 안전 점검에서 ‘개방을 해도 괜찮다’는 결론이 내려졌다지만 숭례문 화재의 악몽을 경험했기에 개방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그러나 경회루를 밖에서 구경만 하고 돌아가는 것과 직접 누각에 올라가 주변 경관을 감상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외국 관광객에게는 감동의 차원이 다를 것이다. 지난해 경회루가 포함된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19만 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다이자 외국인 입장객이 한 해 100만 명을 넘은 것도 처음이었다. 이른바 서울의 5대 궁궐(경복궁 창덕궁 종묘 덕수궁 창경궁)을 합치면 195만 명의 외국인이 입장했다.

한국 관광을 온 외국인들은 평균 체류기간 4박 5일에 주로 쇼핑을 하고 한국 음식을 즐기다 돌아간다. 하지만 2008년 한국관광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외국 관광객 가운데 고궁을 찾은 사람들은 다른 외국 관광객보다 1.66일을 더 한국에 머물고 360달러를 더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궁에 외국 입장객이 늘어난 것은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알리는 효과와 함께 국내 관광산업을 위해서도 반가운 일이다.

5대 궁은 조선왕조가 문화적 역량을 결집해 세운 역사유산이고 서울 중심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문화재 당국은 궁궐을 원형대로 보존하는 데 치중해 왔다. 개방은 최소화됐고 궁궐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일은 금기시됐다. 입장객들은 궁궐에서 관람이 허용된 지역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가뜩이나 사람이 살지 않는 고궁은 더 ‘죽은 공간’에 머물렀다.

우리와 달리 외국의 궁궐은 다양한 행사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에서는 협회나 기업이 주최하는 리셉션, 콘서트 등이 종종 열린다. 영국 최초의 중세 성(城)인 워릭 성에서는 역사적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과거에 사용했던 물건을 그대로 배치하고 중세에 있었던 각종 행사를 원형 그대로 보여준다.

서울의 궁궐 관리를 ‘보존’ 위주에서 ‘활용’ 쪽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세계 국제관광객 수는 올해 10억 명에서 2020년에는 15억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990년 4억5500만 명에서 30년 만에 3배로 커지는 것이다. 관광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뛰어나다. 세계 관광업계는 2019년 세계 총고용의 8.4%가 관광 관련 산업 종사자로 채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관광산업은 제조업, 정보기술(IT)산업과 함께 세계 3대 산업이다. 한국 관광이 ‘음식’과 ‘쇼핑’ 관광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관광객 유치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창덕궁과 종묘를 포함한 서울의 궁궐들은 매력적인 한국의 명소이다. 5대 궁을 ‘살아 있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입장객들이 건물 구경에 그치지 않고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궁궐 내 전각들을 국제회의나 기업 비즈니스를 위해 적극 제공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몇 년간 굵직한 국제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2011년에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2년에 여수 엑스포, 2014년에 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개최된다. 많은 외국인이 찾을 것이다. 유럽이 역사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세계 관광객의 53%를 유치하고 있듯이 우리도 문화유산의 활용에 나서야 한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