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Shopping]프라다 예술DNA의 진화

입력 | 2010-06-18 03:00:00

패션에 미술-영화-건축 접목해 새 트렌드 창조




97년 역사의 프라다는 숙련된 제작기술과 대량생산 역량을 성공적으로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예술과 패션의 크로스오버를 추구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으로도 손꼽힌다. 사진은 미국 뉴욕에 위치한 프라다 매장. 사진 제공 프라다

《지난해 프라다가 서울 종로구 경희궁에서 연 ‘프라다 트랜스포머’ 전은 글로벌 패션그룹 프라다의 예술적 정체성을 집약해 보여줬다. 프라다가 세계적 건축가 렘 쿨하스와 건축사무소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와 공동으로 진행한 이 문화 프로젝트는 미술, 영화, 패션 등을 총망라한 것이었다. 크레인을 활용해 회전이 되게 지은 4면체 건축물의 네 개 면에선 각기 다른 문화 행사가 열렸다. 쿨하스는 “프라다 트랜스포머는 각 프로그램에 따라 형태를 바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건축물의 형태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물에 역동적 유기체의 특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프라다는 글로벌 럭셔리업계에서 현대예술과 패션의 크로스오버를 추구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97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프라다는 고도로 숙련된 장인 기술을 대량 생산라인으로 결합한 사업 모델을 성공적으로 이끈 기업이기도 하다. 럭셔리 업계는 늘 신선한 프라다의 예술적 시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프라다가 걸어온 길

1913년 마리오 프라다가 이탈리아 밀라노에 설립한 프라다는 최고급 가죽을 독창적 디자인과 기술로 만드는 가방 회사였다. 1970년 창업자인 마리오 프라다의 손녀인 미우치아 프라다가 당시 20대의 나이로 가업을 물려받으면서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미우치아는 1970년대 말 유럽에서 활동하던 럭셔리 가죽 제품 생산업자인 파트리조 베르텔리와 손잡고 그의 가죽 컬렉션을 ‘프라다’란 브랜드로 선보이기 시작한 것.

1983년 프라다는 밀라노의 최고급 상점가인 비아 델라 스피가에 민트 그린색으로 꾸민 매장을 냈다. 이 색상은 각국 프라다 매장에 일관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1990년대 들어 매출이 급신장하자 프라다는 기존의 가죽 제품 이외에 새로운 의류 및 구두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1993년엔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패션 브랜드 ‘미우미우’, 1997년엔 빨간색 줄무늬 로고로 유명해진 ‘프라다 스포츠 라인’을 잇따라 론칭했다.

 

현재 프라다그룹엔 프라다를 비롯해 미우미우, 처치스(Church's), 카슈(Car Shoe) 등 4개의 브랜드가 있다. 국내에는 프라다와 미우미우가 진출해 있다. 프라다그룹은 생산라인 전체의 각 단계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조직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미우치아는 든든한 동업자였던 베르텔리와 30년 전 결혼했다. 현재 미우치아는 프라다그룹의 디자이너, 베르텔리는 최고경영자(CEO)다.

○ 매혹적인 여성미, 프라다 스커트 전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프라다 트랜스포머’ 전에도 선보였던 프라다의 스커트 전시회인 ‘웨이스트 다운’(Waist down)은 ‘프라다 DNA’의 결정체다. 2004년 시작한 이 전시는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을 거친 글로벌 순회 전시다. 미우치아가 1988년부터 20년간 디자인한 스커트 60점을 9가지 방식으로 전시한다. 공중에서 빙글빙글 도는 스커트, 양쪽으로 실룩실룩 춤을 추는 스커트, 옷걸이나 마네킹에 걸리거나 전시대에 놓인 스커트…. 프라다의 광대한 스커트 컬렉션은 이 전시에서 단순한 옷이 아니라 ‘움직임의 수단’과 ‘놀라운 창조품’으로 재조명된다. 스커트 하나하나의 콘셉트 및 제조기술, 장인정신이 다양한 설치물과 함께 선보이기 때문이다.

프라다에서 스커트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미우치아가 1988년 자신의 첫 컬렉션을 캣워크에 올릴 때 메인 패션 아이템이 한없이 여성스러운 스커트였다. ‘여자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옷은 스커트’란 패션 신조를 지닌 미우치아는 패션쇼 피날레나 공식석상에서 늘 스커트 차림으로 등장한다. 프라다는 이 ‘전설적인 스커트’들을 재해석한 빈티지 스타일 원피스들을 이번 여름 새롭게 내놓기도 했다. 전통 속에서 혁신을 꾀하는 프라다 패션의 일면이다.

○ 순수 미술과 건축의 발전을 돕는 프라다


미우치아와 베르텔리는 현대 예술에 깊은 관심을 가져 왔다. 현대 예술이 현대사회의 복잡성을 파악해 표출하는 힘을 가졌다는 믿음 때문이다. 1993년 그들은 밀라노에 프라다재단을 만들어 세계적 예술가들의 전시를 열어왔다. 인디언 조각가 애니시 카프루, 프랑스 출신의 유명 미국 여성 조각가인 루이스 부르주아 등의 작품이 이곳에서 전시됐다. 지난달 세상을 뜬 루이스 부르주아는 거대한 거미상인 ‘마망’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가다.

“우리는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프라다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우리는 패션과 전혀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과 손잡고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우리는 프라다 브랜드를 광고하려는 게 아닙니다. 순수하게 예술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것입니다.”(미우치아 프라다)

지난해 4월 서울 프라다트랜스포머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린 스커트 전시회. 프라다 최초의 패션쇼에 선보인 스커트를 비롯해 다양한 스커트 컬렉션이 전시돼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왼쪽). 프라다가 2004 밀란 컬렉션(F/W)에서 선보였던 풀 스커트(오른쪽). 사진 제공 프라다

프라다는 아방가르드 건축디자인에도 관심이 높다. 현대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자 소비문화의 총체적 코드로 자리 잡은 쇼핑을 혁신적인 건축과 만나게 한다. 예를 들어 뉴욕의 프린스 거리와 브로드웨이 거리가 접하는 곳에 2001년 문을 연 프라다 매장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소비자와 교감할 수 있는 일종의 실험실 형태로 매장을 구성했다. 고객이 옷을 고르면 터치스크린에 대체품 혹은 어울리는 보완품에 대한 정보가 상세하게 나온다. 또 드레싱룸에는 비디오를 기반으로 한 ‘마법의 거울’이 있어 고객이 자신의 뒷모습까지 볼 수 있다. 간편한 스위치 조작으로 드레싱룸 밖에 있는 동반 쇼핑객에게도 자신이 옷을 입어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단순히 패션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부단히 혁신을 꾀하는 프라다의 변신 자체가 또 하나의 트랜스포머형 예술인 셈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