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차기 등 과격한 반칙을 했을 때는 무조건 경고를 줘야한다.”(아르헨티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의 말)
“1986년 대표팀과 지금 대표팀은 다르다.”(한국 허정무 감독의 말)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본선 B조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 허정무(54) 감독과 디에고 마라도나(49) 감독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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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는 16일(한국시간) 남아공 프리토리아에서 실시한 공식기자회견에서 “메시가 플레이를 펼칠 때 발차기 등 과격한 반칙을 했을 때는 무조건 경고를 줘야한다”며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상기시켰다.
약 4시간 뒤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에서 공식기자회견을 가진 허정무 감독은 마라도나의 도전적인 발언에 대해 “그 당시 대표팀은 첫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또 세계적인 수준에 잘 따라가지 못했고 경험도 부족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선수들은 유럽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고 그 당시와는 많이 틀리 다는 것을 생각해야한다”고 응수했다.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일전을 앞두고 양 팀 감독간의 신경전이 펼쳐지는 것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 당시 허 감독이 마라도나 감독을 전담 마크했기 때문. 비록 패하긴 했지만 허 감독은 ‘태권축구’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마라도나 감독을 끈질기게 따라 붙었다.
허 감독은 “당시 내가 태권도를 했다면 심판이 레드카드를 꺼냈을 것이다. 24년 전 비디오를 다시 돌려보면 분명히 축구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면서 "당시 마라도나는 세계적인 스타였다. 마크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고 신체적인 접촉과 태클도 있었다. 그것은 현재 메시, 호날두 등을 막는 것처럼 고의적으로 상대를 해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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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사이의 인연은 24년 뒤 다시 이어졌다. 선수가 아닌 사령탑으로 월드컵 무대에서 맞붙게 된 것. 특히 16강 진출을 위해 한발작도 물러설 수 없는 경기에서 격돌하게 돼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허 감독은 “24년 전 아르헨티나를 어떻게 상대해야할 지 몰랐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대 정보가 부족했다. 또 수준의 차이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많은 경험을 쌓았다. 승패를 떠나 우리 선수들이 장점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가 될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전력 차는 크다는 것이 대부분의 평가다. 그러나 허 감독은 비록 전력에서 뒤진다고 하더라도 수비 지향적으로 경기를 운영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허 감독은 “상대는 강한 팀이다. 경기를 하다보면 공격을 하고 싶어도 공격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 수비만 하면 경기를 이기지 못한다. 때문에 첫 번째는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으면서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할 것이다. ‘선수비 후공격’보다 공격과 수비가 함께 움직이는 전술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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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버그(남아공)=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