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V. J. 벨이 “정치란 담화다”라고 정의했듯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은 언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정계원로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는 “정치는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했다. 정치언어가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해서는 정책추진 의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래, 우린 할 수 있다!(Yes, we can!)”라는 말로 이라크전과 불황에 지친 미국인을 사로잡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정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6·2지방선거 패배로 확인된 민심의 변화 욕구를 수용하면서도 국정운영의 기본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정체성, 비전에 입각한 국정기조는 확고히 유지해 나가겠다”면서 “안보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내각의 효율적 개편, 젊은 세대와의 소통 강화, 중도실용정책의 실효성 제고도 이야기했다. 화려한 레토릭이 꼭 좋은 것은 아니지만 감동적 요소가 부족하다는 촌평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