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說로 끝난 ‘MB와의 독대설’…정운찬 ‘쇄신 거사설’ 진실은

입력 | 2010-06-11 03:00:00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일각선 “참모진, MB 빼돌려”
당사자들 “말도 안되는 얘기”

“총리 인적 쇄신 생각 확고”
행동? 관망? 해석 분분

친이소장파 ‘주류교체’ 위해
‘鄭 빌려 언론플레이’ 주장도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인적 쇄신을 촉구하면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대통령을 독대해 청와대 참모진의 인적 쇄신을 건의하려 했지만 참모진이 독대를 막았다고 한다. 인적 쇄신이 왜 필요한지 자명해졌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가 그처럼 말한 근거는 일부 언론의 보도였다. 그러나 청와대와 총리실은 보도가 나온 10일 오전 관련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다.

청와대와 총리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총리는 9일 오전 11시경 주례보고차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을 만났다. 정 총리는 나로호 발사 상황 등을 보고했다. 관례대로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이 배석했다. 이어 정 총리는 이 대통령 및 배석자들과 오찬을 함께한 뒤 오후 1시 30분경 청와대를 떠났다. 이 대통령과의 독대는 없었다.

이를 놓고 일부 언론은 정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청와대 참모진의 인적 쇄신 이후 개각을 단행할 것을 요구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정 총리와 가까운 사이이며 대통령직속 기구에 근무하는 한 인사가 이날 낮 일부 기자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총리가 대통령과 독대해 국정쇄신안을 건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데 근거를 둔 것이었다. 한나라당 내 일부 소장파 의원과 총리실 관계자도 기자들에게 비슷한 얘기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 총리가 이 대통령과의 독대 없이 청와대를 떠나자 이들은 ‘인적 개편의 대상인 청와대 수석들이 의도적으로 대통령을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배석자들은 이날 오찬에서 이 대통령이 식사를 마친 뒤 나로호 관련 회의 일정 때문에 먼저 자리를 떴고 이어 정 총리도 다른 참석자들에 앞서 자리를 떠났다며 대통령을 빼돌렸다는 얘기는 억측이라고 해명했다. 한 수석비서관은 “독대를 하려 했다면 회의나 오찬에서 정 총리가 대통령에게 ‘따로 할 얘기가 있다’고 말하면 된다. 그러면 배석자들이 자리를 비켜준다”며 “이날은 그런 발언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 총리는 실제로 이 대통령에게 쇄신안을 전달하려 했을까.

정 총리의 한 지인은 “총리가 청와대 인적 쇄신 및 정부 내 의사소통 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총리는 세종시와 관련해서도 ‘이 대통령과 나만 애쓰고 있고 청와대 참모들은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며 대통령 주변 인사들에 대한 불만을 수차례 털어놨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정 총리가 지인들 및 정부 여당 내 일부 인사로부터 참모진 개편을 포함한 국정 쇄신의 필요성을 건의받았고, 이를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고도 했다. 정 총리가 지방선거 이튿날인 3일 이 대통령을 만나 사의를 표명한 것처럼 본인의 거취에 연연하기보다는 이번에 청와대 쇄신을 건의함으로써 국정의 물줄기를 바꿈과 동시에 그동안 총리 직분 수행을 하면서 맞닥뜨렸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어서겠다는 생각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총리가 국정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직접 총대를 메고 이를 구체화할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정 총리의 한 핵심 측근은 “현 상태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거론하면서까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정당화될 만큼 청와대와 총리실 간의 소통이 단절된 상황은 아니다. 이 대통령과 정 총리 간에는 이심전심으로 오가는 공감과 나름의 커뮤니케이션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주례보고 상황 자체보다는 특정 세력이 정 총리의 ‘미래 발언’까지 사전에 언론에 흘리면서 청와대 참모진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여권 내 친이(친이명박)계 소장파가 지방선거 패배를 계기로 정 총리를 앞세워 이 대통령 주변의 일부 참모를 축출하고 주류 세력의 교체를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특히 친이계 소장파는 이 대통령이 참모진 개편을 7·28 재·보선 이후로 미룰 것이라는 청와대의 전언에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를 둘러싼 권력이 외부 변화를 수용하지 않은 채 개인의 자리 보전에 이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장파가 이번에 ‘어설픈 언론 플레이’를 펼친 데서도 알 수 있듯 실제로 권력 지형의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전략과 세력에서 역량의 부족을 노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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