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사의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출시하며 “애플은 언제나 기술(Technology)과 인문학(Liberal Arts)의 교차점에 서 있었다”고 했다. 이렇게 말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지금껏 본 적이 없다. 이것이 바로 애플이 좋은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애플 마니아를 이끌며 제품 출시 전에 밤을 새우며 기다리는 고객을 거느린다. 물론 그 교차점은 디자인이다.
최근 만난 어느 디자이너는 디자이너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엔지니어는 기술적 완성도를 목표로 한다.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기능을 구현하는 데 노력한다. 마케터는 매출을 목표로 한다. 시장과 소비자를 구분하고 제품을 파는 데 노력한다. 그러나 디자이너는 소비자의 감동을 목표로 한다. 사용의 편리성, 사용하는 즐거움을 위해 노력한다.” 앞으로 21세기는 이런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만들고 판매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디자인만큼 유용한 전략이 없다. 잘 디자인한 제품의 경우 별도의 설명 없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디자인을 통한 기능적 커뮤니케이션이자 좋은 고객서비스이다. 디자인은 제조 생산에 비해 투자비가 적을뿐더러 이익의 회수기간도 짧아 투자효과가 크다. 특히 디자인 중심의 선행개발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함과 동시에 초기 시장을 선점하여 높은 수익을 회수할 수 있다.
기술과 품질에서 제조능력을 인정받은 한국의 중소기업이 인건비를 무기로 내세운 중국과 같은 국가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뿐 아니라 좋은 고객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 제품을 사용할 때 편리한 기능과 더불어 즐겁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사용자 경험 중심의 디자인만큼 좋은 고객서비스는 없다. 기대를 뛰어넘는 독특한 가치나 감각 및 좋은 고객서비스를 경험한 소비자는 향후 비즈니스 생태계를 주도하는 데 레버리지(지렛대)가 될 수 있다. 수백 곳에 이르는 아이폰 주변기기 기업은 애플의 제품 판매를 가속하는 수단이자 또 다른 수익을 안겨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디자인의 의미는 이제 과거와 달라졌다. 디자인의 영향력과 범위도 점점 더 커진다. 기술 간 격차가 급격히 좁아진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열광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디자인 개발이 필수이다. 그렇게 선점한 제품과 서비스는 브랜드 가치를 높여 수출의 활력소로 작용하며 우리 기업의 글로벌화에 기여한다. 선순환의 고리를 이끌 해답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는 디자인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 경제가 디자인에 길을 물어야 하고 거기서 길을 찾아야 하는 이유이다.
김현태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