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백악관기자’ 헬렌 토머스, 끝내 불명예 사직
1961년 1월 존 F 케네디 대통령 취임 직후 백악관을 출입한 이래 49년간 지켜오던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린 것은 유대인에 대한 비난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지난달 27일 유대인 문화유산의 달을 맞아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행사에 참석했던 한 랍비(유대교 성직자)가 개인용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이스라엘에 대한 코멘트를 부탁한다고 하자 토머스 기자는 “팔레스타인에서 썩 꺼지라고 말하라. 자신들의 집인 폴란드나 독일로 가야 한다”고 말한 것. 이 동영상은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갔고 그의 인종주의적 발언에 대한 비난이 봇물을 이뤘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토머스 기자는 공식 성명을 내고 “실언이었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토머스 기자의 발언에 대해 “모욕적이며, 비난받을 만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들도 “변호해줄 도리가 없는 발언”이라고 등을 돌렸고 일부 기자들은 “수십 년간 그에게 제공된 백악관 브리핑룸 맨 앞자리는 특혜였다”며 토머스 기자 때리기에 동참했다. CBS의 마크 놀러 기자는 “어느 순간부터 사실 여부를 묻기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펴는 경우가 많았고 동료 기자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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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