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리영역에서는 EBS 교재에서 숫자만 바꾼 문제가 일부 출제된다. 외국어영역에서는 교재에 있는 지문을 그대로 인용한 문제가 3문제 이상 나온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4일 이 같은 내용의 EBS 수능 강의와 연계성을 높인 올 수능 출제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출제방식이 수능 변별력과 형평성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김성열 평가원장은 이날 "숫자 같은 것만 변형했을 때도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라며 "EBS 교재를 그대로 펼쳐 놓고 문제를 구상하는 방식이라 수험생이 느끼는 연계율은 어느 해보다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10일 실시하는 6월 모의평가는 이미 이 방식으로 출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중위권과 상위권 학생 사이에 변별력이 줄어들 것"이라며 "특히 3, 4 등급 학생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송희 종로학원 평가부장은 "특히 난도가 높은 문제가 겹치면 상위권과 3, 4 등급 사이에 변별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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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교 교사도 "EBS 수능 교재가 한 두 권이 아니지만 문제가 거의 똑같이 나온다는 데 무시할 학생이 있겠느냐. EBS 교재 중에서도 어느 교재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학생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며 "'족집게' 강의를 한다는 학원이나 과외가 늘어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