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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퇴진 투톱 “서로 상대방 찔렀다”

입력 | 2010-06-04 03:00:00

유임 암시 ‘엄지’ 파문에
오자와, 해임 최후통첩
하토야마 “그럼 함께 퇴진”
물귀신작전으로 허찔러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1일 저녁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과 만난 후 기자들이 “(총리 직을) 계속하느냐”라고 묻자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 제스처가 그의 사퇴를 재촉했다는 분석이 많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이 2일 동반 사퇴한 배경을 두고 ‘투 톱이 서로 상대방을 찔렀다’는 해석이 많다. 하토야마는 “열흘 전쯤 사퇴를 결심했고 간사장에게도 함께 물러나자고 제의해 승낙받았다”고 했으나, 이 말의 절반만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하토야마는 막판까지 총리에 미련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민당이 연립정권을 이탈한 지난달 30일에도 향후 정국운영 방향에 대해 얘기했고, 다음 날 오자와와 회동을 마치고는 “당연히 계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1일 저녁 오자와와의 2차 회동 후 ‘계속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환한 표정으로 치켜세운 하토야마의 엄지손가락이 화근이 됐다. 일본 TV는 그의 엄지를 계속 비추면서 ‘유임’을 전망했다. 이는 민주당 의원들의 격분을 샀다. 관망하던 중의원 의원들도 “총리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며 돌아서기 시작했다. 이에 오자와가 1일 밤 하토야마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의원총회에서 대표 해임동의안이 나와도 괜찮겠느냐”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고, 다음 날 아침 하토야마가 사의를 밝혔다는 것이다. 하토야마는 뒤늦게 “엄지는 유임의 뜻이 아니라 ‘기죽지 않았다’는 의미였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한편 하토야마가 1일 오자와에게 이미 물러날 뜻을 전했다는 얘기도 있다. 오자와의 눈 밖에 났다는 걸 직감한 하토야마가 오자와에게 ‘동반 사퇴’라는 역공을 폈다는 것이다. 전말은 이렇다.

후텐마(普天間) 문제로 사민당 당수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소비자담당상이 파면되기 전날인 지난달 27일 심야에 오자와는 총리 공관을 은밀히 방문했다. 오자와는 “사민당 없이는 참의원 선거가 어렵다. 300만 표를 잃는다”며 하토야마를 달랬다. 그러나 하토야마는 다음 날 강경책으로 사민당을 내몰았다. 선거를 최우선시해온 오자와는 분노했고, 측근의 입에선 “하토야마가 오자와의 인내 범위를 넘었다”는 말이 나왔다. 이때부터 오자와는 ‘포스트 하토야마’ 정국 구상에 들어갔다. 총리 사의표명 직후 오자와가 차기 총리 선출 일정을 재빨리 밝힌 것은 이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흐름에서 전날에 이어 1일 오자와와 회동한 하토야마는 버티기 어렵겠다고 판단하고 “그럼 정치자금 문제가 걸린 간사장도 함께 퇴진하자”고 제의했다. 오자와 또한 동반 사퇴할 생각이 있었는지, 허를 찔려 물러난 건지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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