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자의 눈/윤석만]‘투표 놀이’는 해도, 투표는 안 하는 20대

입력 | 2010-06-01 03:00:00


“젊은층이 선거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정작 시민의 의무는 소홀히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6·2지방선거를 준비해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전망에는 이번 선거에서 높아진 젊은층의 관심이 실제 투표율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짙게 깔려 있었다.

외견상으로 젊은층은 여느 선거 때와 달리 이번 선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08년 3곳에 불과했던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가 15곳으로 늘었고, 적극적 투표 의사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투표하겠다’는 20대의 응답률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는 참여 자체를 즐기는 젊은층 특유의 ‘놀이’ 문화가 선거 이슈와 맞물려 확산된 영향이 크다. 인터넷과 트위터 등에는 ‘기권하면 개고생’, ‘투표소에서 쿡∼해’, 영화 ‘아바타’ 포스터를 패러디한 ‘니가 자꾸 투표 안 하고 그러믄 애가타’ 등 영화나 드라마, CF를 패러디한 선전 문구가 유행이다. 또 투표를 독려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인증샷을 찍어 인터넷 카페에 올리거나 미팅에서 처음 만난 남녀가 정치 얘기를 하는 ‘커피미팅’ 등 딱딱한 선거에서 재미를 찾는 젊은층의 발상은 매우 신선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놀이’가 ‘놀이’로만 끝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난달 30일 선관위에 따르면 유권자의 59.5%가 적극적 투표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 투표율은 50% 안팎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총선에서도 63.4%가 적극적 투표 의사를 밝혔으나 실제 투표율은 46.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20대의 적극적 투표 성향은 39.3%밖에 안 돼 일각에서는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달 27, 28일 이틀간 실시된 부재자 투표율은 89.9%로 2006년 90.8%, 2008년 91.6%와 비교해 더 떨어졌다. 특히 대학생들이 집중된 15개 대학교의 부재자투표소 투표율은 69.1%로 전체 평균보다 20%포인트가량 낮았다. 이는 3개 대학에 부재자투표소가 설치됐던 2008년 총선 때의 71.5%보다도 낮다. 부재자투표소 설치로 관련 예산이 몇 배나 늘었지만 정작 투표율은 오히려 떨어진 셈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방에는 투표소가 몇 km씩 떨어져 있어도 60, 70대 노인들이 투표하기 위해 새벽부터 나온다”며 “젊은층이 선거에 대한 권리뿐 아니라 의무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석만 sm@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