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관계는 곧잘 순망치한(脣亡齒寒)으로 비유된다. 적대세력과의 완충지대인 북한의 붕괴는 중국의 핵심이익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생각이다. 중국이 그토록 비난해온 핵개발의 장본인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방문했을 때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명이 모두 만나주는 등 극진한 대우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냉전적 사고의 유물에 불과하다.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을 선택한 이후 중국의 초고속 성장에 불을 붙이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 게 한국이다. 학계는 물론이고 중국 지도부도 이를 인정한다. 현재 중국 내 한국기업은 4만여 개로 43만여 전체 외자기업의 10%에 육박한다. 최근 중국이 주력하는 자동차 철강 선박 전자기술(IT) 등 10대 핵심 산업의 발전에도 한국은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은 이처럼 중국의 경제협력 핵심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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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북한은 어떤가. 중국은 60년 전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에 개입해 대만과의 통일 기회를 잃었다. 또 이데올로기의 좌경화와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져 중국의 현대화를 30년 이상 지연시켰다. 북한은 현재도 지속적인 대남 적대정책과 군사도발로 한반도를 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는 지상 최고의 과제인 ‘현대화’를 위해 주변 지역의 안정이 절실히 필요한 중국의 핵심이익을 해치는 행위다. 북한 정권은 앞으로도 경제 실패에 따른 주민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줄기차게 대외긴장을 야기할 것으로 보여 중국에 골치 아픈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인지 최근 중국의 학자와 인민 사이에서도 북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 및 대남 도발을 비난하는 학자가 잇따르고, 북한을 ‘이상한 나라’ 또는 ‘귀찮은 이웃’으로 보는 사람도 늘고 있다. 장신썬(張흠森) 주한 중국대사나 싱하이밍(邢海明) 공사참사관은 남북의 이런 진실을 자국 최고지도부에 잘 알려야 한다.
중국은 현재 천안함 사건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한국과 미국 북한 등이 제공한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인내심을 갖고 중국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때 현인택 통일부 장관처럼 섣부른 ‘항의 외교’식이 돼서는 곤란하다.
중국은 어느 것이 진실인지, 어느 길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지키는 길인지를 곰곰이 되새겨봐야 한다. 28일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한국을 찾는다. 천안함 사건 이후 첫 정상회담도 이뤄질 예정이다. 중국 정부가 ‘한국은 중국의 적이 아니라 핵심이익의 옹호자’라는 진실을 깨닫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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